국내 조선사들이 최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군함 건조보다 군수지원함이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핵잠수함 등 전략 군함은 무기체계 보안이 철저하기 때문에 당장 진입할 수 있는 MRO 수요 등을 먼저 잡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김세진 법무법인 세종 통상산업정책센터장은 2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세종 본사에서 열린 '한미 조선업 협력과 기업의 사업기회 세미나'에서 "한국 조선사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상선 건조와 가장 비슷한 게 군수지원함"이라며 "한국이 단독으로 수주할 가능성이 가장 크고 경쟁력도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투함의 MRO 사업 수주 가능성은 더욱 높게 전망됐다. 권효재 서울대학교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이란 전쟁에서 미 해군의 항공모함인 포드함의 세탁실과 화장실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를 수리하는데 비용은 4조원, 기간은 3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는 MRO는 해외 조선업체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7함대의 MRO는 현재 일본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을 포함해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도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권 연구원은 "전투함 MRO는 미 7함대의 기항이 있는 일본이 독점할 가능성이 높지만, 비전투함 수요는 충분히 잡을 수 있다"면서 "일본과 경쟁하면서 협력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연구원 역시 전략 군함 건조는 현재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 조선사인 핀칸티에리는 약 20척의 군함을 수주받기로 하고 미국 현지 조선소를 인수했지만, 실제 수주는 2척에 그쳤고 비용도 급증해 결국 실패 사례로 남았다"며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 업체들도 전략 군함이 아닌 군수지원함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석자들은 '미국 내 물자 수송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배로 해야 한다'는 미국 '존스법'의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사상 최초로 존스법 시행이 유예된 사례가 나온 만큼 앞으로 미국 내에서 조선업 쇠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질 경우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