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국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가파르게 뛰면서 다음 달에도 LPG 국내 공급 가격이 대폭 오를 전망이다. 이달 국내 LPG 공급 가격은 kg당 50원 인상에 그쳤으나, 다음 달 인상 폭은 kg당 100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서민용 연료인 LPG 가격이 오르면 택시 요금과 동네 식당의 음식값 등 서민 물가가 큰 상승 압력을 받는다. LPG는 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로 나뉘는데, 프로판가스는 취사 및 난방용으로 가정과 식당에서 쓰이고, 부탄가스는 택시 등 자동차용 연료로 쓰인다.
1일 SK가스는 4월 국내 LPG 가격을 kg당 5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가정·상업용 프로판 충전소 공급 가격은 kg당 1265.73원, 산업용은 1272.33원, 수송용 부탄은 1622.55원으로 조정된다.
E1도 LPG 가격을 kg당 50원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가정·상업용 프로판 충전소 공급 가격은 ㎏당 1263.17원, 산업용은 1269.77원, 수송용 부탄은 ㎏당 1620.55원으로 결정됐다.
당초 업계에선 ㎏당 100원 정도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고 분석했으나, 실제 상승 폭은 절반인 50원에 그쳤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를 고려해 가격을 결정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다음 달에는 상승 폭이 배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LPG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월말에 발표하는 국제 LPG 가격(CP·Contact Price)에 따라 정해지는데, 4월 CP가 급등했다.
아람코는 지난달 31일 4월 CP를 프로판은 톤당 750달러, 부탄은 800달러로 통보했다. 전월 대비 프로판은 205달러, 부탄은 260달러 오른 것으로 각각 37.6%, 48.1% 급등했다. 여기에 선박 운임, 보험료 등 LPG 도입에 필요한 부대 비용도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LPG 역사상 가격이 가장 크게 올랐던 시기는 2021년 11월로, ㎏당 165원이 뛰었다. 당시 CP 폭등,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LPG 가격도 크게 올랐다. 최근 상황도 비슷해 내달 LPG 가격 결정 과정에서 비슷한 인상 폭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올해 CP가 빠르게 오르는 동안 국내 인상 폭을 최소화한 데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어서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아람코가 발표한 4월 CP에 최근 원·달러 환율만 고려해도 kg당 400원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간 쌓인 가격 인상 요인을 반영하면 인상 폭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LPG 가격이 오르면 먼저 택시업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택시 대수는 24만6381대인데, 이 중 90%가 LPG 차량이고 나머지 10%는 전기차다. 보통 택시 기사들은 수입의 30%를 연료비로 쓴다고 한다.
이어 택배 및 용달용으로 주로 쓰는 1톤 LPG 트럭, 도시가스(LNG)가 들어오지 않아 LPG를 쓰는 외곽 지역, 노후 주택, 식당 등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비닐하우스 난방이나 양계장 온도 조절에 LPG를 많이 쓴다. 택시비, 음식값, 장바구니 물가 등에 줄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LPG·부탄에 적용되는 유류세 부담을 낮추고, 근본적으로 수요를 조절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부는 지난 26일 휘발유, 경유에 매겨지는 유류세를 더 낮추기로 했으나, LPG는 유류세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영업용 차량 이외 자동차 운행을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LPG 업계 관계자는 "이번 달은 kg당 50원 올리는 데 그쳤지만, 전쟁이 계속되면 다음 달은 얼마나 올라갈지 모르겠다"며 "기업이 계속 가격 인상 요인을 누르는 것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