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선박 노후화에 따른 교체 주기가 도래하면서 향후 15년간 4만6000척 규모의 신조선 발주가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 선박 수주 잔량이 현재 생산 능력 기준 4년 치를 넘어선 가운데, 2030년대 중반에 선박 발주가 정점에 달할 만큼 글로벌 조선 업계가 대규모 수요 확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시장에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소들이 발주를 흡수하는 추세다. 중국은 지난달 전 세계 선주들이 발주한 신규 선박의 80%를 휩쓸었다.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는 국내 조선사들은 2029년 초·중반까지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했지만, 중국의 추격이 한국 우위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으로까지 번지면서 시장 주도권을 위협받고 있다.
◇노후 선박 교체 주기 도래… 도크 증설 나선 中
23일 글로벌 선박 중개업체 애로우 쉽브로킹 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신조선 발주 사이클은 203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정점에 달해 4만6000척의 선박이 15년간 새로 건조될 것으로 예측된다. 2009~2012년 조선 호황기에 대규모로 인도된 선박들이 교체 시기에 접어든 데다, 지정학적 혼란으로 물류망 재편이 가속화하면서 신조 발주를 앞당기는 선주사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별로 보면 소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과 중소형 컨테이너선, 대형 LNG 운반선은 이미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고, 대형 벌크선과 유조선도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2030년까지 해상 무역량도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선박 수요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중국은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2000만CGT 안팎이었던 중국의 연간 건조 능력은 2028년 3500만CGT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선박 건조 능력인 4050만CGT에 근접하는 규모다. 반면 올해 예상 건조량이 1117만CGT 수준인 한국은 과거 장기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와 인력난으로 대규모 시설 확장에 신중한 입장이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2012년 조선업 침체기에 가동을 중단했던 조선소를 2~3년 전부터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향후 3년간은 신규 도크 확보와 조선소 신설에 집중해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노동력과 비용 우위를 바탕으로 전 세계 신조 주문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2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521만CGT 가운데 중국은 한국(57만CGT·11%)의 7배가 넘는 415만CGT(80%)를 수주했다. 지난달 기준 전 세계 수주 잔량 1억8356만CGT에서도 중국 비중은 62%로 한국(20%)의 3배를 웃돈다.
올해 들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원유 운반선 시장에서도 중국 쏠림이 뚜렷하다. 올 1~2월 전 세계에서 발주된 원유 운반선 91척 중 69척(75%)을 중국 조선소가 수주했다.
◇고부가가치 LNG선 시장서도 中 파상공세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지만, 이 시장마저 중국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올해 1월 중국 장난조선은 싱가포르 이스트퍼시픽쉬핑(EPS)으로부터 17만5000㎥급 LNG 운반선 2척을 수주했고, 후둥중화조선은 그리스 TMS카디프가스로부터 17만4000㎥급 6척을 수주했다. TMS카디프가스는 그간 한국 조선소 LNG선 단골이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중국으로 선회했고, EPS도 첫 LNG선 발주처로 중국을 택했다.
중국 조선소는 대형 LNG선을 한국보다 10% 안팎의 낮은 선가로 공급하며 시장을 공략 중이다. 그간 중국 조선소의 약점으로 꼽혀온 납기 문제도 개선되고 있다. 후둥중화조선은 주요 장비 국산화를 통해 LNG 운반선 건조 기간을 36개월에서 16개월로 단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낮은 선가에 대출 등 금융 지원도 제공하고 있어 한국이 기술력만으로 승부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LNG선 등 핵심 선종의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선종 다변화로 수주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현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