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해운 기업 본점 부산 이전 정책에 대해 HMM(011200)직원들이 반발하며 생긴 갈등이 회사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격화하고 있다. 직원들은 최대주주가 사외이사를 친화적인 인물로 교체해 본점 이전을 강행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8일 HMM에 따르면 직원들로 이루어진 사내 주주들은 이사회가 이번 정기주총에 올린 사외이사 후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MM 사내 주주는 회사 지분 0.01%를 갖고 있는 우리사주조합 등으로 이뤄진 집단이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HMM 본사 앞에서 HMM 직원들이 부산 이전 반대를 위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양범수 기자

사외이사 후보들은 부산 이전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HMM 사외이사 후보인 안양수 전 KDB생명 사장은 지난 17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회사 본점 부산 이전과 관련해 "(HMM의 부산 이전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회사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본 이후에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HMM의 사내 주주들이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데 대해서도 "애초에 HMM에 산업은행이 계속 관여를 하고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노조 측이 반대를 하는 지 모르겠다"며 "당장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안 후보는 산업은행 투자부문 부행장 출신으로 KDB생명 사장, 법무법인 세종 고문 등을 지냈다. HMM 사내 주주들은 안 후보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점을 지적하면서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HMM의 최대주주다.

이들은 "안 후보 선임은 이사회의 기본 원칙인 상호 견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라며 "대주주의 대리인을 이사회에 심는 것은 일반 주주의 권익보다 대주주의 편의를 우선하는 거버넌스 후퇴"라고 했다.

다른 사외이사 후보인 박희진 부산대 교수 역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박 교수는 통화에서 "HMM의 부산 이전에 대한 입장을 지금 밝히기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본점 부산 이전을 위한 정관 변경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안이 아니라, 해당 내용에 대해 검토도 하고 공부도 한 뒤에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HMM 사내 주주들은 박 교수의 후보 선임에 대해서도 "현재 회사가 정치적 압력에 의한 부산 이전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에서 부산 지역 기반의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은 이전 정당성 확보를 위한 포석임이 자명하다"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HMM 사내 주주들은 "이사회가 특정 이해관계자를 대변하는 후보 선임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면서 "본사 이전 논의에 대해 주주들에게도 투명한 경제성 검토 보고서를 공개하고 해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를 통해 이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HMM의 지분 구조 상 이들 후보는 오는 26일 주총에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HMM은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이상)로 주총 결의를 하는데,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각각 35.42%, 35.08%의 지분을 갖고 있다.

HMM 직원들은 정부의 이전 추진에 반대하며 다음 달 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HMM 노조는 지난 11일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HMM 노조는 정부가 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본사 소재지 변경을 위한 정관 개정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부당노동행위이며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정성철 HMM 노조 위원장은 "앞으로 있을 이사회에서 본사 소재지 이전 위한 정관 변경을 의결한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고 정당한 쟁의행위권을 확보하여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