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 시행 전에 받아뒀던 경유 물량이 아직 안 빠졌으니 비싸게 팔 수 밖에요." (마포구 A주유소)
"정부가 경유를 휘발유 더 싸게 팔라고 하니 맞춰야죠. 반기들 수 있나요." (마포구 B주유소)
최고가격제 시행 나흘째인 지난 16일부터 전국 평균 경유 판매 가격은 휘발유 판매 가격 밑으로 떨어졌지만 개별 주유소별로 살펴보면 경유 판매 가격이 휘발유보다 여전히 높은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를 경유보다 높은 가격에 파는 주유소는 원가에 상관없이 정부 정책에 맞췄다고 말했다. 반대로 아직 경유를 더 비싸게 주유소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에 받아둔 물량 때문이라면서 이것이 다 팔리면 다시 경유가 싸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조선비즈가 서울 마포구 일대 주유소를 돌아본 결과, 경유와 휘발유 상대 가격에는 일관된 패턴이 없었다.
B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은 리터(L)당 각각 1848원과 1828원으로 휘발유가 높은 반면, 걸어서 5분 거리에 붙어있는 C주유소는 휘발유(1879원)가 경유(1889원)보다 쌌다.
C주유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D주유소는 다시 휘발유(1799원)가 경유(1795원)보다 비쌌다. D주유소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A주유소는 반대로 휘발유(1879원)가 경유(1897원)보다 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이뤄진 날로부터 6일이 지난 지난 6일부터 경유 판매 가격은 휘발유를 넘어서며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휘발유와 경유 가격 역전은 16일부터 전국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사라졌다. 이 날 전국 평균 경유 판매 가격은 1831.80원, 휘발유 판매 가격은 1832.70원이었다.
휘발유를 경유보다 높은 가격에 파는 주유소 직원들은 "정부가 경유 가격을 더 싸게 책정했으니 맞춘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13일 0시부로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정하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1차 시행 가격은 휘발유는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경유가 11원 더 낮다. 마포구의 B주유소 직원은 "정부가 경유 가격을 더 낮추라고 하니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와 상관없이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의 경우 최고가격제에 맞춰 휘발유 가격을 더 높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 소재 직영 주유소인 D주유소 소장은 "직영이니 본사에서 정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며 "정부에서 휘발유 공급가격을 더 높게 잡았으니, 그에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경유 판매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비싼 곳은 최고가격제 시행 전에 받아둔 경유가 아직 다 소진되기 전이라 최고가격제에 맞출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A주유소 직원은 "주유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휘발유차가 경유차보다 많으니, 휘발유가 더 빨리 소진된다"며 "최고가격제 이전에 받아뒀던 경유가 남아 있으니 아직 경유를 더 비싸게 팔고 있다. 비싸게 들여온 물건을 싸게 팔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직원은 "최고가격제 이전에 받아둔 기름을 다 팔고 탱크에 기름을 채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가격제로 정한 공급 가격이 판매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공습 이후 기름값이 뛰자, 주유소들은 기존보다 탱크를 채우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 과거에는 탱크 잔량이 20~30%일 때 새 기름을 들여와서 섞었으나, 지금은 저장 용량이 10~5% 수준으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C주유소 직원은 "오늘 새벽에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기름을 받아서 넣었다"며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보다 공급 가격이 내려가긴 했고, 경유 공급 가격이 휘발유보다 낮았으나, 결국은 눈치 싸움"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6일 충북 청주시 알뜰주유소를 방문해 "오늘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나흘째인데 정유사 공급가격 인하가 주유소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속도가 느린 것 같다"며 "주유소 재고가 소진되면 이전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주유소 탱크를 채우는 만큼 소비자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최고가격제 시행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