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줄이고 내국인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국인을 더 뽑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구인난과 인건비 증가 등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최근 외국인력 대신 내국인을 고용하는 방안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해 올해 1분기 안에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도 직접 고용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줄이고 내국인을 더 채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계명문화대 외국인 학생들의 용접 실습 장면. /계명문화대 제공.

조선사들이 내국인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데는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이 대통령은 올해 초 울산 타운홀 미팅에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외국인력이 내국인의 노동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며 "220만원짜리 채용해서 몇 조원씩 남는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는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이 나온 후 HD현대는 직접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수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는 직접 고용하는 임직원 2만3000여 명 중 17.4%인 4000여 명이 외국인이다.

조선사들은 내국인 고용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조선업 호황으로 여유가 있을 때 근속 기간이 긴 내국인을 육성해 숙련공으로 키워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조선업이 어려웠을 때는 외국인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메웠지만, 지금은 조선사 업황이 개선돼 외국인 채용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숙련공을 키우기 위해서도 내국인 고용 확대는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참석자들의 발언권 요청을 받고 있다. /뉴스1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내국인 고용이 쉽게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노동 강도가 강하고 근무지가 대부분 지방 외곽에 있어 더 좋은 대우를 해도 내국인들이 일자리를 외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권효재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연구원은 "철판 도장 전처리 작업처럼 급여를 두 배를 줘도 외국인 아니면 구인이 되지 않는 업무가 있다"면서 "외국인과 한국인이 둘 다 하는 일인지 아닌지부터 구분부터 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숙련 인력의 중요성이 큰 선박 건조의 경우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에 이른다. 내국인 고용이 늘어 인건비가 증가할 경우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국 조선사들과의 경쟁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선박의 품질이 더 우수하다 보니 선주사들은 10% 정도의 가격 차이를 감수하고 국내 선사를 선택하고 있다"며 "만약 인건비가 급증해 중국산 선박과의 가격 차가 벌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수주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