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경제 모델 혹은 사회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 집어넣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일 SK가 설립한 비영리 연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주최한 '2026 가치와 성장 포럼'에서 "국내총생산(GDP)도 성장해야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고(高)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일 SK가 설립한 비영리 연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주최한 '2026 가치와 성장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 SK그룹 제공

최 회장은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내수 부족은 물론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처럼 GDP 성장을 경제 성장이라고 보는 시각 자체는 잘못됐다. GDP도 성장해야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고(高)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게 된다"며 "일부에게만 성장이 돌아가고 모두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회 문제는 더 커지고 비용이 더 늘어나 결국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과거의 자본주의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자본주의 모델은 개인과 기업이 열심히 돈을 버는 이기적 행동을 해서 얻는 경제적 이익에 세금을 붙이고, 정부는 거둔 세금으로 사회에서 발생하는 안전·복지·국방 등의 문제를 해결했지만, 지금은 모든 나라가 끙끙 앓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 문제가 일으키는 비용 문제가 상승하면 할수록 정부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정부도 효과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앞으로는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SK는 2015년부터 10년 동안 사회성과인센티브(SPC, Social Progress Credit) 실험을 진행했다. SPC는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 벤처가 사회 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 측정값에 기반해 금전적으로 보상해 주는 실험이다 .

SPC 실험은 2015년 44개 기업이 참여하면서 시작해 지난 10년 동안 468개 기업이 참여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고용성과, 사회 서비스성과, 환경성과, 사회 생태계 성과로 측정된 사회적 가치는 총 5364억원 규모다. SK는 이에 비례해 약 769억원의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SPC에 참여한 기업 중 사회적 가치에 대한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받은 기업은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 기업보다 사회적 성과를 약 3대 많이 창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윤호중 행안부 장관(중간)이 10일 SK가 설립한 비영리 연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주최한 '2026 가치와 성장 포럼'에서 대담하고 있다. / SK그룹 제공

최 회장은 "사회 문제가 너무 커지면 자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며 "사회의 불행을 줄이는, 반대로 사회의 행복을 창출하는 일이 보상받을 만한 일인가에 대해 생각했고 만약 보상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누가 얼마나 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을 주면 행복 창출은 늘어나는지, 새롭게 행복을 더 창출할 수 있는 방법론에 생각한 끝에 SPC라는 실험을 했다"며 "실험 결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가 확산하기 위해서는 측정과 보상 시스템 구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센티브를 기업이 지급해야 하니 기업의 경영 상황에 따라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첫 번째 도전은 측정의 정확성과 객관성"이라며 "경영학과 교수들이 SPC 실험에 참여해 측정 방법에 대해 연구했고, 측정의 객관성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기존 GDP에는 사회적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성장에 대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기반 경제 모델이 단순한 복지나 공익 활동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내수 확대와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역 문제, 고령화 사회에서 나오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 경제에서는 기회가 된다"며 "대한민국에 적용이 된다면 일단 내수는 커진다. 그러면 수출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고 대한민국이 성장을 잘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