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 기업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청소 로봇이나 식당 서빙 로봇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해 온 중국 기업들이 최근에는 사람의 신체 능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입는) 로봇부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앞세워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막대한 내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혁신 로봇 상용화에 성공한 중국 기업들이 기술 수용도가 높고 깐깐한 한국 시장을 최적의 테스트베드로 낙점하고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중국 스타트업 '하이퍼쉘'의 인공지능(AI) 기반 야외활동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한 모습./라스베이거스=최지희 기자

◇ "입으면 아이언맨" 외골격부터 3000만원대 휴머노이드까지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로봇 스타트업 하이퍼쉘은 국내 서비스 로봇 기업 브이디로보틱스와 손잡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이퍼쉘은 지난해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AI(인공지능) 기반의 야외활동용 외골격 로봇을 선보여 혁신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기업이다. 무게가 1.8㎏인 외골격 로봇을 입으면 다리 근력을 증폭시켜 관람객들 사이에서 '아이언맨 로봇'으로 불렸다.

양산 시작 1년 반 만에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한국 소비자의 직구 물량만 수백대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 시장의 수요를 확인한 하이퍼쉘은 오는 24일 공식 출시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지난 5일부터 진행된 사전 예약에는 지난 13일 기준 206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제품은 허리와 다리에 착용하는 형태로, 9개의 로봇 관절이 사람의 움직임에 맞춰 힘을 보태준다. 장치에 달린 14개 센서를 통해 실시간 동작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동작 엔진과 알고리즘이 이를 분석해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최장 25㎞까지 최대 1마력의 힘을 보조해 준다. 하이퍼쉘 측은 "주요 타깃 고객층은 하이킹과 야외 활동을 즐기는 이들로 중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하이킹이 인기 있는 곳에서 펀딩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마트 영등포점 일렉트로마트 '로봇 스토어'에 전시된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보행 로봇./이마트 제공

중국 최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도 국내 유통망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점 일렉트로마트에 상설 '로봇 스토어'를 열고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여러 AI 반려 로봇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 유통사인 로아스와 협업해 소비자가 마트에서 가전제품을 고르듯 로봇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채널을 구축한 것이다.

매장에는 유니트리의 양산형 휴머노이드 로봇 'G1'과 4족 보행 로봇 'Go2'가 전시됐다. 키 127㎝, 무게 35㎏의 G1은 사람처럼 걷고 앉으며 360도 라이다 센서로 주변을 인식한다. 가격은 G1이 3100만원, 4족 보행 로봇은 399만원으로 책정됐다. 매장 오픈 직후 Go2 한 대가 실제 판매로 이어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로봇이 이제는 산업 장비를 넘어 소비자의 생활 방식에 맞춰 선택하는 생활 가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CES 등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은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시작으로 B2C 로봇 시장을 선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5'에서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이 움직이며 손을 흔드는 모습./최지희 기자

◇ '상용화 원년' 지난 中… 깐깐한 韓 소비자 공략

막대한 내수 시장 데이터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기술력을 키운 중국 로봇 기업들은 해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로봇 산업은 작년을 기점으로 시제품 단계를 넘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상용화 원년'을 맞았다. 중국 로봇 기업들은 자국 내 부품 공급망을 통해 제조 원가를 낮추고 양산 능력을 확보했다. 실제로 지난해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5500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한국 시장은 중국 로봇 기업들에게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여겨지며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로봇연맹(IFR)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로봇 밀도는 제조업 종사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 선두였다. 이는 세계 평균(162대)의 7배가 넘는 수치다. 로봇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산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기술력에 높은 점수를 주는 기류가 형성됐다.

이미 국내 서빙 로봇의 70% 이상, 로봇청소기 시장의 47%가량을 중국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중국 로봇업계 관계자는 "200만원에 육박하는 중국 로봇청소기가 한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소비자는 가격보다 소프트웨어 성능과 센서 기술, 애프터서비스(AS), 배송 등을 꼼꼼하게 따져 지갑을 여는 성향을 보인다"며 "이에 중국 로봇 기업들은 한국 시장을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