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로 꼽히는 60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사업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오는 4월 조기 착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돌입했다. 미국 정부가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일본 정부의 프로젝트 참여를 요구한 만큼 사업이 시작되면 한국이 재차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우리 정부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했으나 사업장 정보가 한정적이어서 사업성을 따지는 게 어렵다고 토로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2014년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 비피(BP) 등이 직접 개발을 시도했다가 수익성 문제로 중도 철수한 곳이다.

미국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조감도./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 공사(AGDC) 홈페이지 캡처

17일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따르면 8스타 알래스카(8 Star Alaska, LLC)는 오는 4월 알래스카 LNG 사업을 착수하겠다며 파이프라인 구간 조기 공사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이행 계획서를 지난 5일 자로 제출했다. 이행 계획서에는 공사 중 어떤 식으로 환경을 보호할 것인지, 어떤 구조물을 지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행 계획서를 제출한 8스타 알래스카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알래스카 주정부 산하 기관인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가 지분 25%, 미국 에너지 기업 글렌파른 그룹이 세운 글렌파른 알래스카 LNG(Glenfarne Alaska LNG)가 지분 75%를 출자해 만든 합작 회사다. 민간 기업인 글렌파른이 LNG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AGDC가 협력하는 방식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의 풍부한 가스를 개발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는 게 목표인 사업이다. 알래스카주 북단 프로도베이에 있는 천연가스를 남부 니키스키 항만까지 1300㎞ 파이프라인으로 이송하고, 영하 160도 이하로 냉각해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이는 과정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총사업비만 최소 450억달러(약 64조원)에 달하고, 초기 파이프라인 설치만 10년 넘게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개발 사업이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고위험 투자로 간주된다. 1년 중 절반은 땅이 얼어 공사가 불가능한 알래스카의 혹한 속에 가스관을 건설하고 시추까지 이어지는 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년 한국가스공사도 AGDC와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나, 실제 사업을 추진하진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일본 등이 알래스카 LNG 개발 파트너가 되길 원한다며 노골적으로 사업 참여를 요구해왔다. 미국 정부가 단독으로 개발 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워, LNG 수요가 있는 한국·일본에 부담을 나누려는 의도다. 지난해 11월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 진행한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천연가스 수입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한국 정부가 알래스카 LNG 개발 참여 압박을 받는 모습을 보이자, 여러 기업이 사업 참여를 검토했다. 정부의 대미 투자 패키지 협의 결과에 따라 국내 기업의 참여가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LNG 수입을 총괄하는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포스코, SK, 한화, GS 등 그룹도 에너지 등 분야에서 사업 가능성을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총사업비가 약 6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웬만한 대기업 한 해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공사 지연 가능성이 큰 데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사업비가 더 불어날 수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받는 천연가스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정부가 참여를 원할 경우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기업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정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알래스카 주정부에 수차례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아직 받은 게 없다"며 "10년 전 만들어진 자료를 재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힌 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포스코는 현지에 철강재를 납품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검토가 길어지면서 1분기 내 발표로 연기됐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철강재 납품은 실리가 확실하게 있는 경우"라며 "정부 주도로 사업이 짜여 수익성이 보장된다면 다른 기업들도 참여를 마다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스타 알래스카(8 Star Alaska, LLC)가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에 제출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관련 이행 계획서/FERC eLibrary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