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규모의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낙찰 결과, SK온이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수주하며 반전을 보여줬다. SK온은 지난해 진행된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때는 물량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바 있다. 1차 입찰에서 약 80%의 물량을 차지했던 삼성SDI는 35.7%의 물량을 가져가며 2위로 내려앉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전체 물량 중 14%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은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23기가와트(GW) 규모의 ESS를 전국에 공급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1차 입찰은 2026년에 필요한 540메가와트(MW) 규모의 ESS를 대상으로, 2차 입찰은 2027년에 필요한 540MW 규모의 ESS를 대상으로 했다. 1차 입찰에선 총 563MW, 2차 입찰에선 565MW가 낙찰됐다.
1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거래소는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우선협상 대상 사업자를 발표했다. 낙찰 물량은 총 565메가와트(MW)로 전남 남창(96MW), 전남 운남(92MW), 전남 읍동(96MW), 전남 진도(66MW), 전남 해남(79MW), 전남 화원(96MW), 제주 표선(40MW) 등 전남 6개 지역과 제주 1개 지역 등 총 7곳이 사업지다.
SK온은 전남 남창·운남·읍동에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총 565MW 중 284MW로 전체 물량의 50.3%다. 삼성SDI는 전남 진도·화원과 제주 표선 지역을 낙찰받아 전체 물량 중 202MW(35.7%)를 가져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남 해남 한 곳만 낙찰받으면서 1차 입찰 때보다 점유율이 10%포인트(P) 떨어진 14%(79MW)에 그쳤다.
SK온이 2차 입찰에서 압승할 수 있었던 요소로는 1차 입찰과 달라진 평가 지표가 꼽힌다. 정부는 2차 입찰에서 가격 평가를 기존보다 10점 낮춰 비(非)가격 평가와 각각 50% 비중을 차지하도록 했다. 또한 비가격 평가 기준 중 화재 및 설비 안전성 점수를 기존보다 3점 높인 25점으로 잡았다. 산업·경제 기여도, 계통연계 배점도 1점씩 추가돼 각각 25점이 배정됐다.
정부는 비가격 평가를 할 때 계통연계, 산업·경제 기여도, 화재 및 설비 안전성 순으로 보겠다는 채점 기준을 공개한 바 있다. 계통연계는 배터리 사업자가 속한 컨소시엄이 특정 변전소와 연계해 사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으로 배터리 회사의 역량과는 별도 문제다.
SK온은 산업·경제 기여도와 화재 및 설비 안전성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충남 서산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입찰에 참여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1차 입찰 때와 달리 중국이 아닌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서 LFP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양사는 전혀 다른 결과를 받았다. SK온 관계자는 "서산의 ESS용 배터리 생산 용량은 3기가와트시(GWh)로 LG에너지솔루션의 3배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복수의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산, LFP이라는 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비가격 평가 점수는 비슷했을 것"이라며 "ESS 공급 이력이 필요한 SK온이 낮은 가격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1차 입찰 때와 동일하게 삼원계 배터리를 울산에서 생산하겠다는 조건으로 입찰에 응했다. 하지만 SK온의 선전으로 1차보다 적은 물량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ESS 배터리 공급 이력이 없는 SK온이 선전한 것은 예상 밖 결과"라고 말했다. SK온 관계자는 "국내 ESS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ESS 배터리의 핵심 소재 국산화, 국내 생산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차기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