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상속세 정책 대안을 건의하며 부실한 외부 통계를 인용해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팩트체크 담당 임원을 지정하고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등 검증 체계를 강화하고, 산업통상부 감사와 별도로 자체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9일 대한상의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향후 유사 사례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자료의 작성 및 배포 전반에 걸쳐 내부 검증 시스템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며 "법정 경제 단체로서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자료를 작성하고, 사실관계와 통계의 정확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조치를 이번 주부터 바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대한상의 제공

대한상의는 지난 4일 상속세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서 대한상의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지난해 한국인 백만장자의 해외 이탈이 2400명에 달했다'는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 앤 파트너스의 통계를 인용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이 통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고,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사익 도모와 정부 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 뉴스를 생산·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정부 주요 부처 장관들까지 비판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한상의 소관 부처로서 사실관계 전반에 대해 즉각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대한상의는 응당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상속세 업무를 담당하는 국세청은 임광현 청장이 직접 반박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임 청장은 "해외 이주자 중 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는 연평균 139명 수준으로 2400명과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미국 출장 중에 이번 사안을 보고받고 "대한상의가 책임 있는 기관으로서 데이터를 면밀히 챙겼어야 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며 대한상의 사무국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는 우선 전면적인 내부 시스템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통계의 신뢰도 검증 및 분석 역량 제고를 위해 조사 연구 담당 직원들부터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즉시 시행하는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사실관계 및 통계에 대한 다층적 검증을 의무화하기 위해 통계 분석 역량을 갖춘 임원을 9일 자로 팩트체크 담당 임원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박양수 대한상의 지속 성장 이니셔티브(SGI) 원장이 이를 맡게 된다. 박 원장은 한국은행 출신으로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은 경제통계국장, 경제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부터 대한상의 SGI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발표 자료의 철저한 검증과 정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한 번 더 체크하는 검증 체계도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산업부 감사와 별도로 자체적으로 책임 소재를 파악하여 응분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이번 내부 검증 시스템 강화를 통해 대외 발표 자료의 신뢰도를 높여 국민에게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나아가 기업이 국가·국민과 함께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