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들 내부에서 한국에너지공과대학(전 한전공대)에 매년 수십억 원의 출연금을 내는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5곳의 자회사들은 최근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에너지공대에 내는 출연금으로 인해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열린 중부발전 이사회에서 한국에너지공대에 내는 출연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중부발전은 한국에너지공과대학에 35억8500만원을 출연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금액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사회에서 한 참석자는 "올해 재무 전망이 좋지 않아 직원들을 위한 복지 예산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담금은 계속 내야 해 안타깝다"고 발언했다. 발전사가 언제까지 돈을 내야 하는지 기한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국에너지공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의 에너지 특성화 대학이다. 이 대학의 설립은 지난 2017년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됐다. 이후 한전과 계열사,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자금을 출연해 2022년 석·박사 학위 과정만 운영하는 대학원대학으로 개교했다.
한국에너지공대에는매년 1100억원에서 2000억원에 이르는 지원금이 투입되는데, 한전과 계열사가 가장 많은 돈을 낸다. 지난해 전체 출연금 1117억원 중 717억원이 한전과 계열사의 몫이었다. 한전과 계열사의 출연금에서 보면 한전이 60~70%를 내고 나머지를 6개 자회사(발전 5사·한국수력원자력)가 나눠서 내는 구조다.
그동안 한전과 계열사들이 출연한 누적 금액은 37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올해도 한전과 자회사들은 한국에너지공대에 700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낼 예정이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발전 5개사는 최근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지원금 출연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발전사들은 한전에 전력을 파는 가격인 계통 한계 가격(SMP)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률은 줄이고, 재생에너지 투자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재무 부담도 커진 상태다.
당초 협약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공대에 대한 한전과 자회사들의 지원은 지난해 종료될 예정이었다. 현재 정부와 한전 등은 자회사들의 출연 기한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데, 연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031년까지 한국에너지공대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발전 자회사 관계자는 "사실 한국에너지공대는 우리 회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라며 "학교 이사회에 발전사 출신 1명이 참여하는데, 발전사들의 불만을 취합해 이사회에서 얘기해도 바뀌는 게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이 낸 전기료로 한국에너지공대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 대학의 운영 방식이나 자금 조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혜 논란은 정부가 전기 요금의 3.7%로 조성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이 학교에 쓰면서 불거졌다.
한 사립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한국에너지공대는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고 교수들의 연봉도 높은 수준이다"라며 "여러 국립대보다 재정 지원이 많아 운영이 방만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후부는 이런 불만에 대해 이사회 내 소수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후부 관계자는 "지난 2023년 한전의 심각한 경영 적자, 정부 출연금 삭감 등으로 학교 공사가 지연됐다가 올해 재개됐다"며 "공사가 꽤 남았는데, 당초 취지대로 전력 공기업이 계속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에너지공대가 어떤 방향으로 운영될 지는 여러 주체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