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데이터센터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데 쓰이는 액침 냉각유 시장을 공략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액침 내각유 수요 역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4일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산업통상부 산하 한국세라믹기술원에 액침 냉각액 '엑스티어 이-쿨링 플루이드(XTeer E-Cooling Fluid)'를 공급하고 실증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국세라믹기술원과 액침냉각 시스템 운영업체 '데이터빈'은 서버를 냉각하는데 HD현대오일뱅크의 액침 냉각액을 사용할 계획이다.

HD현대오일뱅크의 액침 냉각 브랜드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XTeer E-Cooling Fluid)'가 한국세라믹기술원에 액침 냉각액을 공급하고 실증에 나섰다. / HD현대오일뱅크 제공

액침 냉각은 데이터센터 서버, ESS, 그래픽처리장치(GPU) 등과 같은 전자 부품 등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액체(냉각유)로 식히는 냉각 기술을 말한다. 특히 최근 AI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액침 냉각은 공간 활용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거대한 에어컨을 가동해 차가운 공기를 데이터센터 바닥 아래나 통로에 순환시키는 공랭식 냉각을 주로 사용했다. GPU,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열이 많이 나는 핵심 부품 위에 냉각수가 흐르도록 하는 수랭식 냉각도 있지만, 이 방식은 핵심 부품에만 적용되고 나머지 부품은 공랭식으로 식혀야 했다.

그러나 공랭식 냉각은 대형 에어컨 설치에 따른 비용과 공간 부담이 커 에너지 업계에선 차세대 데이터센터 냉각 방식으로 액침 냉각이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액침 냉각 시장 전망은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샌드마켓스에 따르면 글로벌 액침 냉각 시장은 2025년 5억7000만달러에서 2032년 26억1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4.2%(2025~2032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잇따라 액침 냉각유를 상용화하고 있다. SK엔무브는 2022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액침 냉각유 개발에 성공했다. 2023년에는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유를 공급했다. 2024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업해 ESS용 액침 냉각유도 상용화했다. 현재는 델 테크놀로지스, 영국 아이소톱(Iceotope) 등 글로벌 솔루션 기업과 협력 중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시장에 액침 냉각유를 판매 중이다.

GS칼텍스는 2024년 삼성SDS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유를 공급한 데 이어 2025년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와 QAI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유를 공급했다. GS칼텍스는 또한 삼성전자,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 반도체·서버 제조사와 협력해 액침 냉각유와 서버·부품 간 상호호환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 밖에 LG AI연구원과 함께 엑사원 디스커버리(EXAONE Discovery)를 활용, 액침 냉각유용 신규 소재 발굴과 합성을 위한 연구 과제도 진행할 계획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액침 냉각은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신사업"이라며 "대형 데이터센터 뿐 아니라 소형 서버의 실증 사업도 진행하면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