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조선사들이 미래형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수소의 사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은 최근 일본수소에너지(JSE·Japan Suiso Energy)와 4만㎥ 규모의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JSE는 일본 정부 지원 하에 오는 2031년 3월까지 액화수소 운반선의 운항과 취급 기술 등에 대한 실증을 마칠 계획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1250㎥급 액화수소 운반선을 건조한 바 있다. 이 선박이 일본에서 호주까지의 운항 실증을 마치면서, 가와사키중공업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액화수소 운반선은 국내 조선업계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천연가스는 액화 상태로 운송하기 위해 선박 내 온도를 영하 163도로 유지해야 하는데, 수소는 이보다 90도 낮은 영하 253도로 맞춰야 한다.
또 강한 소재도 극저온 상태에서 쉽게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액화수소 운반선은 탱크를 만들기 훨씬 어렵고, 보온재와 단열재를 쓰는 방법도 LNG 운반선과 다르다. 여기에 수소의 특성상 폭발 위험이 큰 점도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최근 한국도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을 공략하는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5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과 '액화수소 운반선 민관 합동 추진단'을 구성했다.
추진단은 오는 2028년까지 2000㎥ 규모의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사업인 만큼 101개의 기관이 함께 참여해 43개의 연구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과 관련해 투입된 예산은 555억원에 이른다.
최근 민·관이 합동으로 액화수소 운반선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은 앞으로 이 시장이 국내 조선업계의 주요 먹거리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수소 수요는 1억톤(t)을 기록했다. 수소는 주로 호주와 남미, 중동 등 원자재 수출국에서 한국, 일본, 중국 등 제조업 중심 국가로 운반된다.
액화된 수소는 기체 상태보다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 경제성이 커지기 때문에 수소 경제 생태계가 활성화될수록 액화수소 운반선의 수요도 증가한다. IEA는 2050년 액화수소 운반선의 전체 건조 건수가 200여 척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수소 운반선 기술의 국산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데는 해외 업체에 주는 거액의 기술 사용료를 아끼겠다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현재 LNG 운반선에 탑재되는 화물창(냉각된 천연가스를 보관하는 저장고)을 자력으로 전량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매년 기술을 제공하는 프랑스 업체 GTT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24년 국내 조선 3사가 GTT에 준 LNG 화물창 로열티는 9954억원이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본이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 능력에서 반 걸음 정도 앞서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아직 완벽한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설계부터 기자재 개발·생산까지 모두 새롭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인 만큼 한국과 일본 모두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며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