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3일(현지 시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미 공군이 운영하는 첨단 스텔스 무인기 'RQ-170 센티넬(이하 RQ-170)'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RQ-170은 과거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처음 포착돼 '칸다하르의 야수'라고 불리며,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도 투입된 특수작전 전용 무기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더 워 존(TWZ)은 4일 베네수엘라 인근 미국 영토인 푸에르토리코의 루즈벨트 로즈 기지에서 RQ-170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곳은 지난해부터 카리브해에서 전개되는 미군 작전 확대의 핵심 거점으로 지역 감시와 지원 임무를 맡고 있다. TWZ는 "마두로 체포 작전에 RQ-170이 최소 한 대에서 두 대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Q-170은 록히드마틴의 비밀 개발 조직인 '스컹크 웍스'가 개발한 최첨단 스텔스 무인 정찰기다. 일반적인 드론과 달리 꼬리 날개가 없고 약 20m 길이의 양쪽 날개만 장착한 가오리와 같은 형태로 제작됐다. 이 무인기는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는데, 무서운 외계 비행체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칸다하르의 야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미 공군은 2년 여가 지난 2009년 12월이 돼서야 RQ-170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식 명칭을 밝혔다. 정확한 보유 대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20~30대 규모로 추정된다.
TWZ는 RQ-170에 대해 "설계된 지 최소 20년은 된 구형 기체지만, 여전히 적의 영공 깊숙이 침투해 탐지하기 어려운 은밀한 정보를 수집하고, 감시 임무에도 유용하게 쓰이는 스텔스 무인기"라고 평가했다.
이는 다양한 센서 덕분이다. 악천후나 야간에도 지상을 고해상도로 촬영하는 합성개구 레이다(SAR)는 물론 이동 표적 식별 능력을 갖춘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 전자광학·적외선 비디오 카메라, 전자·신호 정보 수집 장비 등이 RQ-170에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두 개의 안테나가 달려 있어 서로 다른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RQ-170은 9·11 테러를 일으킨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작전에도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무인기는 작전 수 개월 전부터 빈 라덴의 은신처 위를 비행하며 거주자들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고, 작전 당일에는 은신처 상공을 선회하며 미국에 실시간 영상을 전송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초조하게 화면을 통해 관찰하던 사진 속 영상도 RQ-170이 촬영해 실시간으로 전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마두로 생포 작전에서도 RQ-170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TWZ는 "마두로의 동선을 은밀하게 추적하고, 그의 생활 패턴은 물론 경호 병력의 동향까지 파악하는데 RQ-170이 유용하게 쓰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작전 수행 중에는 상공을 선회하며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예상치 못한 위협을 포착하는데 필수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작전을 지켜봤다. 마치 'TV쇼'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RQ-170 덕인 셈이다.
RQ-170도 뼈아픈 과거가 있다. 2011년 이란의 핵 시설을 감시하던 RQ-170 한 대가 이란군에 나포된 것이다. 미국은 기체 결함에 의한 추락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란은 자신들이 통신 신호를 교란하고 GPS 좌표를 조작해 RQ-170을 강제로 착륙시켰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RQ-170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영공 침범에 대한 미국 측의 사과가 우선이라며 돌려주지 않았다. 오히려 RQ-170을 분해·복제해 자체 스텔스 무인기인 '샤헤드-171'을 제작했다.
RQ-170은 한국에 투입된 적도 있다. TWZ에 따르면 RQ-170은 지난 2009년 10월 전북 군산의 미 공군 기지에 착륙했다. 다만 RQ-170이 당시 어떤 이유로 한국에 왔는지는 여전히 군사 기밀로써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
TWZ는 "RQ-170가 한국에 투입된 구체적 계기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북한은 2009년 5월 풍계리 실험장에서 두 번째 핵실험을 실시했고, 앞서 4월에는 서해 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개발로 추정되는 은하-2호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