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엘엔에프 등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개발과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산, 중저가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이차전지 시장이 LFP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고 삼성SDI와 SK온도 LFP 배터리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3사가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생산했기에 국내 배터리 소재사 중 현재 LFP 양극재를 양산하는 곳은 없다.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충전하고 방전하는 과정에서 리튬이온을 저장하고 다시 방출하면서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핵심 소재로 배터리 용량·전압·출력 성능을 결정한다.
16일 포스코퓨처엠은 ESS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포항에 LFP 양극재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포스코퓨처엠 이사회는 전날 포항 영일만 4일반산업단지에 LFP 양극재 전용 공장을 짓는 안건을 승인했다. 해당 공장은 내년 착공해 2027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LFP 양극재는 전량 ESS용으로 공급 예정이다.
포항 LFP 양극재 공장 건설 주체는 포스코퓨처엠이 지난 2023년 중국 전구체 전문 기업 CNGR과 합작해 설립한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이다. 지난 8월 포스코퓨처엠은 CNGR, CNGR의 자회사인 피노와 LFP 양극재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포항 LFP 양극재 공장 건설을 추진, 결과물을 내놓았다. 포스코퓨처엠은 또한 기존 포항 양극재 공장의 삼원계 양극재 생산라인 일부를 LFP 양극재 생산라인으로 개조해 2026년 말부터 공급할 계획이다.
엘앤에프도 LFP 양극재 양산에 적극적이다. 엘앤에프는 지난 8월 8일 LFP 전담 법인 '엘앤에프 플러스'를 설립했다. 2022년부터 LFP 시장 진입을 타진한 결과, 기존 NCM 라인을 전환하는 것보다 LFP 양산을 맡을 전담 법인을 신설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론이다. 엘앤에프는 2023년 3월부터 대구 3공장에서 LFP 파일럿 라인을 운영, 고객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상태다. 현재 엘앤에프 플러스는 대구 3공장 근처에 LFP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으로 내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시작 목표량은 3만톤으로 2027년에는 6만톤까지 증설, 고객사와 시장 수요에 따라 최대 12만톤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에코프로도 LFP 양극재 시장 대응에 나섰다. 에코프로의 양극재 제조 전문 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은 LFP 양극재 기술 개발 중으로 고객사에 시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현재 연간 4000톤 규모의 준양산 라인을 운영한다.
글로벌 양극재 시장은 LFP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10월 전 세계에 등록된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사용된 양극재 총적재량은 204만6000톤이다. 이 중 LFP 양극재는 125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6% 급증했다. 전체 양극재 적재량에서 LFP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60%(무게 기준)다. 삼원계 양극재 적재량은 72만7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LFP 양극재 공급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업체인 후난위넝(Hunan Yuneng)과 완룬(Wanrun)이 각각 28만4000톤과 19만8000톤으로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중국 다니아노닉(Dynanonic)과 로팔도 16만6000톤과 13만8000톤을 공급하며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LFP 전환 전략을 짜면서 시장 흐름이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중국 남경 공장에서 2024년부터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미국 미시간주 단독 공장에서도 6월부터 ESS용 LFP 배터리 조기 양산에 들어갔다. 충북 오창 공장에는 ESS용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했고 2027년부터 가동 예정이다. 폴란드 공장에서도 ESS용 LFP 배터리를 내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합작 공장 일부 라인을 LFP용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SK온도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 LFP 배터리로 전환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주도하던 LFP 시장으로 이차전지 시장이 옮겨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LFP 양극재를 만드는 업체는 없다"며 "한국산 LFP 양극재가 만들어지면서 공급망이 만들어지면 LFP로의 전환에 속도가 더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