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구체적인 대안 없이 탈석탄 동맹(PPCA)에 가입하고 석탄화력발전 퇴출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체코가 주목받고 있다. 2033년까지 석탄 발전을 완전히 중단하는 대신 원자력 발전 가동률을 지금보다 4%포인트(P) 높인 44%로 늘릴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탈석탄 선언이 전력 부족으로 이어질 경우 산업 기반까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3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1일 발표한 '체코 2025 보고서'를 통해 석탄화력발전 대신 원전을 택한 체코를 "유럽 내 가장 현실적이고 과감한 에너지 전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현지 시각)브라질 벨렝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0) 부대행사로 탈석탄동맹(PPCA) 등이 주관한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 이니셔티브'에서 탈석탄동맹 동참 선언을 하고 있다. /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현재 체코 전력 생산의 약 36%는 석탄화력발전이 담당한다. 올해 1월 기준 체코는 68기의 석탄 화력 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하지만 체코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2033년까지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럽연합(EU)의 기후 관련 규제가 강화하고 EU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치솟은 여파로 석탄화력 발전소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체코는 석탄화력발전을 대신하기 위해 대형 원전을 신규로 건설하고 소형모듈원전(SMR)을 개발하기로 했다. 석탄발전소 폐쇄 속도가 신재생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전력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체코는 일련의 심사를 거쳐 석탄화력발전소 운영자가 발전소 운영을 일시적으로 연장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폐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LNG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전력 수급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

무엇보다 체코는 석탄화력 발전소 폐쇄로 줄어들 전력을 원전을 통해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석탄화력 발전소 폐쇄의 목적이 탄소 배출 저감에 있는 만큼 무탄소 전력원인 원전 가동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체코는 현재 500메가와트(MW)급 4기로 구성된 두코바니 원전, 1082MW급 2기로 이뤄진 테멜린 원전 등 두 개의 원전을 운영 중이다. 애초 두코바니 원전은 2037년경 폐쇄될 예정이었으나,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원전 4호기의 운영 수명을 2047년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하고, 추가 연장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원전을 통한 전력 공급 비중을 2030년까지 44%, 2040년까지 68%로 높일 예정이다. 이 외에도 체코는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코바니 II 원전을 짓기로 했다.

◇ 전체 발전의 28.1% 차지하는 석탄, 2040년까지 폐쇄…대안 마련은 '아직'

정부는 지난 17일(현지 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서 탈석탄 동맹(PPCA) 가입을 선언했다. 탈석탄 동맹은 석탄 발전 종식을 목표로 2017년 11월 독일에서 열린 COP23에서 출범했다.

탈석탄 동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경우 2030년, 그 외 국가는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완전히 퇴출할 것을 권고한다. 문제는 한국의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줄고 있으나, 여전히 전체의 전력 생산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총 전력 발전량은 595.6테라와트시(TWh)로 석탄은 전체의 28.1%인 167.2TWh를 담당하며 액화천연가스(LNG)와 함께 공동 2위 발전원이었다. 가장 많은 전력을 공급한 것은 원전(188.8TWh, 31.7%)이었고, 신재생 에너지는 63.2TWh(10.6%)의 전력을 만드는 데 그쳤다.

석탄 퇴출을 공식화한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석탄 화력 발전소의 출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OECD 권고 수준보다는 늦은 2040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61기 중 40기를 폐쇄하기로 약속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6년까지 28기의 석탄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고 2038년까지는 12기를 추가로 폐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태안화력발전 1호기는 다음 달 폐쇄되고 내년에는 하동 1호기, 보령 5호기, 태안 2호기가 폐쇄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PPCA 가입으로 상대적으로 최근에 건설된 21기의 석탄화력 발전소에 대한 조기 폐쇄 방안을 내년까지 수립하기로 했다. 석탄화력 발전소를 2040년까지 폐쇄한다는 방침을 현실화하면 설계 수명이 30년 정도인 석탄 화력 발전소 중 일부는 가동 시한을 다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일례로 삼척블루파워 1호기는 지난해, 2호기는 올해 가동을 시작했다. 이들 석탄화력 발전소가 2040년에 문을 닫는다면 15년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조 단위의 건설 자금이 투입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급격한 에너지 정책 전환으로 예산 낭비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40년까지 폐지되는 석탄화력 발전소 40기에 대해서는 LNG, 무탄소 발전원으로 전환 계획이 수립돼 있어 전력 공백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남은 21기에 대해서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시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 계획을 수립해 전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원전 확대에 대한 명확한 입장 발표는 없이 무조건적인 탈석탄 발전과 재생에너지만을 쫓다가는 전력에 기반한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