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먼저 미국 시장에 투자한 일본제철이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 업체가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도 있어서다.

일본제철은 미국 철강 수요 부진과 노후된 산업 환경, 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US스틸 인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일본제철과 투자 방식이 다르지만,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은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US스틸 제철소 내부. /US스틸 제공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번 회계연도 실적 전망치에서 US스틸 부문을 제외해 발표했다. 일본제철은 매해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를 회계연도로 해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미국 철강 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안 좋고, 노후 장비로 인해 비용이 늘고 있는 데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다면서 이번 회계연도 전망치에서 US스틸 부문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50억달러(약 22조원)를 들여 US스틸 인수를 마무리한 일본제철의 경영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이번 2분기 누적 1134억엔(약 1조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US스틸 인수에 따른 일회성 비용과 브라질 우지미나스 지분 매각에 따른 손실 영향이 컸다. 여기에 클레어튼 공장 폭발과 미국 내에서 일부 품목의 철강 수요가 감소한 것 등 때문에 US스틸의 경영 상황이 안좋아진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본제철은 2028년까지 미국에 110억달러(약 16조원)를 들여 설비를 현대화해 향후 연간 25억달러(약 4조원)의 이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철강 업계에서는 US스틸이 범용 철강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어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경우도 있다. 범용재는 자동차용 강판·특수 합금 등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다.

여기에 임금 부담이 큰 미국에서 일본제철이 US스틸의 고용 및 생산 능력을 일정 기간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주를 통해 경영상 판단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장애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런 상황이지만, 국내 철강업체들은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6월부터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현대제철(004020)은 지난 3월 58억달러(약 8조원)를 들여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일관 제철소를 짓겠다고 밝혔다. 이 제철소는 현지에 자동차용 강판을 주로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제철소 신설에는 포스코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POSCO홀딩스(005490))는 지난달 30일 자동차용 강판 등을 만드는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었다. 미국 시장 진출 강화가 목적으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조 단위 자금을 들여 해당 업체의 지분을 인수해 현지 생산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회사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용 강판을 주력 제품으로 삼아 현지에 진출하는 만큼 일본제철의 US스틸 투자와 차별점을 갖는다. 자동차용 강판은 톤(t)당 100만원을 넘는 반면, 범용재인 후판은 약 80만원이며 철근은 70만원 수준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그간 국내에서 철강재를 수입하던 이유는 품질 때문"이라며 "일본제철과 달리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높은 임금에도 낮은 기술 숙련도를 가진 환경에 대한 대책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