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잠수함을 정말 우리한테 수출할 수 있나?"

모하마드 알 가리비(Mohammad Al-Gharibi) 사우디아라비아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5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이하 마덱스)'에서 정승균 한화오션(042660) 특수선해외사업단장(전 해군 잠수함사령관)에게 물었다. 정 단장은 "물론이다. 당연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장영실함./한화오션 제공

지난 2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열린 장보고-III Batch-II 3600톤(t)급 '장영실함' 진수식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이집트 등 아랍 3국이 협상국으로 언급되면서 수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날 장영실함의 진수식을 거행하면서 사양과 수출 협상국 등이 담긴 홍보 동영상을 공개했다. 세계 지도에 잠수함 수출 논의가 진행 중인 국가들이 표기되는 방식이다.

지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이집트 등이 표기됐고, 여러 아랍권 매체는 "한국산 무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방산은 보안을 중요시하는데 아랍 3국을 표기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대화가 오가고 있다는 의미"라며 "해군 전력 현대화 계획에 따라 사전 협의 또는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장영실함 진수식에서 공개한 홍보영상에는 수출 협력국이 표기됐다. /영상 캡처

사우디는 중동의 불안정한 안보 상황과 이란의 잠수함 전력 강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해군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의 핵심 시설을 기습 공격할 수 있는 공격력 확보에 나서면서 잠수함 4척 구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우디는 과거 독일산 잠수함 구입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사우디는 2014년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ThyssenKrupp Marine Systems)와 잠수함 도입 계약을 추진했지만,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 거부로 무산됐다.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인 장영실함. /뉴스1

이러한 경험 때문에 사우디는 정치적 조건 없이 확실하게 수출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 한화는 천궁-II 다기능 레이다, 천무 다연장 로켓, 일부 유도탄 등을 사우디에 수출했다. 또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 등의 수출도 타진하면서 사우디에 한화라는 존재를 알렸다.

모로코 정부는 잠수함 2대 구매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관련 해군 기지 건설도 고려하고 있다. 모로코 해군은 그동안 군함을 중심으로 전력을 구성했다. 하지만 동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알제리가 러시아제 잠수함 6척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잠수함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로코가 잠수함을 도입하면 지브롤터 해협부터 카나리아 제도 등이 주요 작전 지역이 된다. 지브롤터 해협은 지중해와 대서양을 잇는 중요한 항로인 만큼 불법 어업, 해적 행위, 무기 밀수 등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현지에서 경쟁사보다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품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 /연합뉴스

이집트 해군도 노후 잠수함 현대화를 위해 4척의 신규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집트는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와 프랑스의 나발(Naval Group) 등 기존 강자들이 진출해 있어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장영실함은 국내 독자 설계와 건조 기술이 적용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이다. 길이 약 89m로 향상된 전투 체계와 소나 체계를 탑재해 정보 처리 및 표적 탐지 능력을 강화했다. 리튬전지를 적용해 잠항 시간과 작전 지속 능력을 높였다. 한번 잠수하면 최대 3주 이상, 7000㎞ 이상 잠항이 가능하다. 또 저소음 기술을 도입해 수중 방사 소음을 줄였고 탄도미사일(SLBM) 장착이 가능한 수직 발사대를 10셀 탑재해 공격력이 강화됐다.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사업은 캐나다의 초계 잠수함(CPSP) 사업과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다. 이 밖에도 필리핀·콜롬비아·칠레·그리스 잠수함 사업에 대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