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말레이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하면서 미국·유럽연합(EU) 등의 보호무역주의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업계가 수출 다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계는 이번 FTA 체결로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철강·화학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쿠알라룸푸르에서 한·말레이시아 FTA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5% 관세가 부과되던 냉연·도금 강판 등 9개 품목은 품목 관세가 사라지고 열연 등 12개 품목 관세는 15%에서 10%로 인하된다.
철강 업계는 관세가 사라지면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2011년 EU와 FTA를 체결하기 전(2001~2010년) 13억7000만달러(약 1조9600억원)였던 대(對)EU 철강 수출은 체결 후(2011~2019년) 32억2000만달러(약 4조6213억원)로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2024년 FTA 체결국으로의 수출 증가율(5.1%)은 미체결국(3.7%)보다 높았다.
말레이시아와 FTA를 체결해 수출이 활성화되면 특정 국가 편중도 완화될 수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철강 수출(물량 기준)의 48.9%는 일본·인도·미국·멕시코·중국 등 5개국이 차지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말레이시아는 공업화가 이뤄져 제조업이 잘 육성돼 있다. 한국 철강에 대한 수요가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880만톤(t)으로 전 세계 21위 수준으로 한국의 13번째(61만7000t) 수출 대상국이다. 철강 수입은 3만8000t으로 수입국 순위 9위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FTA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 2018년 이후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과 7차례 공식 협상을 하며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멕시코와 브라질은 각각 우리나라에서 철강 수입을 4번째(231만5000t), 20번째(25만9000t)로 많이 하는 나라다. 전 세계 철강 소비 순위는 각각 8위(2760만t), 10위(2600만t)다.
김 교수는 "멕시코와 메르코수르 등 협정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량을 늘릴 수 있어 철강업계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