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방사청)이 군사기밀을 유출해 유죄 판결을 받은 HD현대중공업에 부과한 보안 감점 조치를 1년 연장하겠다고 밝히자, HD현대중공업(329180)이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사업 추진 방식이 결정되더라도 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방사청은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된 보안 감점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임직원 9명은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9명 중 8명은 2022년 11월,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에 선고가 이뤄졌다. 보안 관련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관련 회사는 방산 입찰에서 3년간 감점을 받는다.
방사청은 당초 두 판결을 하나로 보고 8명의 판결 확정 시점부터 3년간만 감점(1.8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출 기밀 종류나 범행이 달라 분리해야 한다는 법률 검토에 따라 1명의 확정 판결에 의한 감점(1.2점)을 추가로 부과하기로 했다. 방산 입찰은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돼 1.2점 감점을 받으면 입찰을 따내기가 쉽지 않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그간 유지했던 기조를 갑자기 변경했다며 반발했다. 한 사건에 다수가 관련됐거나 복수의 사건으로 처벌받은 경우 최초의 확정판결 시점부터 3년간만 감점을 부과한다고 수차례 공표했고, 기소된 임직원마다 다른 시점에 판결이 확정되면 과도한 제재가 될 수 있어 0.5점을 가중하되 3년간만 부과한다는 내규에 어긋난다는 게 HD현대중공업의 주장이다. 감점 기간 만료와 KDDX 사업 추진 방식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범죄 정황이 없는데, 감점을 부과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내부 규정상 이번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위력 개선 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 기준 등) 내규상 특별히 소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검토 결과가 추가 감점인 것이고, 아직 공식적으로 부과한 건 아니다. 한 번 더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전날부터 방사청에 항의성 입장을 전달했고, 공식 감점 부과 처분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업계에선 KDDX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이미 2년 가까이 지연된 KDDX 사업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직 군 관계자는 "이미 KDDX 참여 업체 간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더해졌다"며 "수의 계약이든 경쟁 입찰이든 업체들이 (방사청의) 결정을 온전하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부와 업체, 업체와 업체 간 갈등이 있는 국가를 해외 발주처가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호주 신형 호위함 사업에서 실패한 뒤 방사청과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042660)은 '원팀(One-Team)'을 약속했는데, 이 약속도 흐지부지될 위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한국 방산의 최대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