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미국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300여 명이 12일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 하지만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 체류 및 고용 단속에 저촉되지 않는 비자 종류가 명확하지 않아 기업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구금된 LG에너지솔루션 소속 47명,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 직원 210명 등 총 257명 중 50%는 단기 상용(B-1) 비자를 갖고 있었다. 나머지는 전자여행허가(ESTA)로 미국에 입국했다.

8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이 줄 서 있다. / 연합뉴스

미 국무부의 외교업무매뉴얼(FAM)에 따르면 B-1 비자 소비자는 해외에서 제작·구매한 장비를 설치·시운전·정비·수리하거나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할 수 있다. 미국 고용주의 보수를 받으면서 생산에 투입되거나 건설 현장에서 노동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건축 또는 건설 업무를 감독하거나 교육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번에 체포된 사람 중 상당수는 배터리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B-1 비자 소지자의 경우 불법을 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직원을 파견하기 전에 일반적으로 법률 검토를 하는데, B-1 비자 소지자까지 체포되면서 업계에선 혼란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B-1 비자에도 회색지대가 있다. 장비를 시험 운전하는 과정에서 결과물이 나오면 미국에서 생산이 이뤄졌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 비자별로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STA도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STA는 비대면으로 발급받을 수 있고, 2년간 1회에 최대 90일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그동안 비영리 목적의 단기 출장, 간단한 미팅, 계약 논의 등은 ESTA로 입국해 진행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B-1 등 취업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걸리는 시간이 길다 보니 급하게 출장을 가면 ESTA를 활용해 왔다. ESTA에 해당하는 사업 목적을 명시하거나 ESTA를 대신해 단기간에 발급받을 수 있는 비자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비자 문제 논의를 마무리할 때까지 출장을 자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가 비자 단속 기준을 변경하지 않으면 또 한국 직원이 체포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미국으로 파견할 인력은 한국과 미국의 논의 상황을 보고 결정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자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자 지침이 명확하게 마련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