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州)에 있는 현대차(005380)·LG에너지솔루션(373220)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구금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거나 건설 중인 공장의 수율(收率·생산품 중 정상품 비율) 관리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에서 수율은 수익성과 직결돼 있다. 배터리 제조 업계의 평균 수율은 80~85%, 전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인 중국 CATL과 한국 업체의 수율은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90% 이상의 수율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배터리 수율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각종 화학물질을 합성해 만드는 배터리는 똑같은 부품과 장비를 갖추고 조립해도 같은 성능을 갖춘 배터리가 생산되지 않을 수 있다. 장비를 운영하는 작업자의 운영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 현지 기온, 습도와 같은 환경 변화가 수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마이크로 레벨의 화학 물질을 합성하기 때문에 두께, 용량의 표준 편차 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터리는 화학 물질을 슬러리로 만들어 코팅하고 압연하는 등 최소 4~5개의 공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압력과 온도만 달라져도 구조에 차이가 발생한다. 장비를 오래 다뤄본 전문가가 필요한데 현지에서 전문가를 단기간에 육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18년 완공한 폴란드 공장은 수율 90%를 맞추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3월 완공한 미국 테네시주 얼티엄셀즈 제2공장 수율은 가동 한 달 만에 90%를 넘기기도 했다.
이번에 조지아주 공장에서 국내 인력이 대거 체포되면서 수율을 끌어올리는 작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미국에서 취업하려면 취업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 지금까지는 직원들이 교대로 관광 비자로 나가서 노하우를 알려주는 게 관행이었다. 미국도 그동안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정식 절차를 밟아 미국에 비자를 받고 입국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자가 모두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이번에 체포된 인력이 다시 미국에 입국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직고용한 현지 인력을 숙련공으로 육성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결국 기업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양국이 원만하게 협상해 한국 전문가가 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비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