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기존 25%였던 대미(對美) 수출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하면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미국은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참여해줄 것을 한국과 일본에 요청해왔다. 일본의 LNG 프로젝트 참여가 확정되면서 한국에 대한 참여 압박이 높아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연방의회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에 초청한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알래스카 LNG 수출을 위한 조인트벤처(JV) 설립 계약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금은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밝힌 5500억 달러(약 760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초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를 원하고 있다. 수조 달러를 투자하기를 원한다"고 발언했다. 당시 한국, 일본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의 수익성이 불투명해 참여를 꺼려왔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약 1300㎞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 니키스키 지역까지 운반한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약 440억달러로 가스관과 액화 플랜트 등 설비 구축이 필요하다. 개발비가 많이 들고 환경 단체와의 소송이 벌어질 수 있어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인 엑손모빌과 BP도 지난 2016년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참여를 포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에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압박했고 대만의 국영 석유 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는 지난 3월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LNG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일본마저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공식화해 한국에 가해질 압력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미 통상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는데, 산업부 가스산업과 실무자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의 회담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출국하기 전 "현재 미국 관세 조치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범정부 차원의 긴밀한 공조 하에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겠다. 이를 계기로 양국 간 산업 및 에너지 분야 협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포지티브 섬(Positive Sum·당사자가 모두 이익을 얻는 것)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4~25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과 미국 간 재무·통상 수장의 '2+2 통상 협상'는 돌연 취소됐다. 통상 협상에는 한국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미국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가 실익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조차 힘든 상황이다. 관세와 묶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