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정유업계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정유기업들이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7일 페트로넷에 따르면 복합 정제마진은 1월 배럴(1배럴은 158.9리터)당 평균 2.1달러에서 2월 셋째 주엔 3.6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제품 판매 수익에서 원유 수입 비용, 정제 비용, 제품 운반비용 등을 빼고 남은 값으로 정제마진이 오르면 정유기업의 실적이 개선된다.
SK이노베이션(096770), S-Oil(010950),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면서 아스팔트, 중유, 경유, 등유, 항공유, 나프타, 휘발유, LPG 등의 제품을 만든다. 통상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추산된다.
업계는 향후 정제마진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석유 수요가 110만~14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전 세계 정제설비 순증설 규모는 약 30만 배럴이다. 최근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하락하는 점도 정유업계엔 호재다. 기름값이 떨어지면 정유 제품 소비가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
국제유가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반값 에너지 정책'을 내세우며 석유 증산을 예고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도 감산을 해제하기로 했다. 원유 생산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 여파로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국제유가에 반영됐다. 5일(현지 시각) 브렌트유는 배럴당 68.33달러로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미국 기준 유종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4일 연속 하락하며 65.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 수입하는 캐나다, 멕시코산 원유에 관세가 붙은 점도 우리나라 정유업계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캐나다, 멕시코산 원유에 관세가 붙으면서 미국 내 정제설비의 경쟁력 악화, 가동률 하락으로 아시아 정유사들의 수혜가 기대된다"며 "정제설비 부족으로 정제마진이 오른다면 과거 2015년 저유가, 정제마진 상승으로 정유사 실적이 좋았던 시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