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원인이 송전탑에서 튄 불꽃이라는 정황이 나오면서 전력망 교체 사업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미국에 깔린 전력망 대부분은 교체 시기를 훌쩍 넘긴 상태다. 우리나라 전선, 전력기기 기업들은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 사업에 참여해 수주를 노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001440), LS전선, HD현대일렉트릭(267260), 효성중공업(298040) 등은 향후 수년간 미국의 전력망 인프라(기반시설) 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현지에 진출한 상태다. 생산 설비 투자, 현지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입지를 넓히고 있다.

미국은 전기 사용량 증가, 신재생 에너지 확대로 전력망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전력망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력망 노후화가 심각하다. 대부분의 송전 전력망이 1950~1970년대에 설치됐다. 보통 송전망의 설계 수명은 50년, 변압기는 25~30년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부(DoE·United States Department of Energy)는 현재 미국 내 전력망의 60%는 설치된 지 40년이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망 노후화와 폭풍, 폭염 등 악천후가 맞물려 잦은 정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 내 변압기, 송전망 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수주를 노리며 현지에 진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대한전선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7200억원 규모의 송전망 관련 사업을 수주했다. 기존 케이블을 제거하고 138㎸(킬로볼트), 345㎸, 230㎸ 케이블과 초고압 전력망 자재 일체를 공급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플로리다 지역에서 약 1100억원의 노후 전력망 교체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동부 지역에서도 19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LS전선은 해저 케이블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서부에 1000억원 규모의 해저 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약 1조원을 투자해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 케이블 공장을 짓기로 했다. LS전선은 전력망 연계,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도서 지역 전력 공급용 등 앞으로 해저 케이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기기 제조사들도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변압기를 생산해 팔고 있다. 변압기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변환·분배해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장비로 꼽힌다. 지난 2011년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 전력기기 제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고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늘렸다.
효성중공업도 미국 내 생산기지를 증설하고 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초고압 변압기 생산기지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이후 변압기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미국 법인인 효성HICO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2026년 증설이 완료되면 변압기 생산능력이 지금보다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LS일렉트릭(LS ELECTRIC(010120))은 텍사스에 생산 거점을 세우고, 현지 기업을 상대로 배전시스템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00593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한국 기업의 미국 생산 시설을 지원하기 위해 동반 진출했으나 공장 건설에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현지 기업에 판매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