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으로 두 항공사 산하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의 통합 작업도 본격화한다. 대한항공은 산하 LCC 진에어(272450)와 아시아나 산하 LCC 에어서울·에어부산(298690)을 합쳐 통합 진에어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부산 지역사회가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부산이 진에어에 흡수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통합에 진통이 예상된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오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한항공 임원들을 이사회에 선임할 예정이다. 정병섭 대한항공 여객영업부 담당 상무, 송명익 대한항공 기업결합TF 총괄팀장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서상훈 대한항공 재무 컨트롤러 담당 상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에어부산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상무이사 1명으로 구성됐다.
대한항공은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3사의 통합 브랜드 이름을 진에어로 하고 인천국제공항에 거점을 둘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진에어는 항공기 58대를 보유하게 돼 단숨에 국내 1위 LCC로 올라설 수 있다.
문제는 에어부산 지분을 갖고 있는 부산시와 지역사회의 반발이 크다는 점이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은 최대주주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지분 각 100%를 갖고 있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에어부산의 최대주주인 아시아나의 지분율은 41.89%다. 부산시, 부산 소재 기업 등이 에어부산 지분 16% 정도를 갖고 있다. 2008년 에어부산 설립 당시 부산 지역 기업들이 일부 출자에 참여했고, 2022년 코로나19로 재무 상황이 나빠졌을 때 부산시가 유상증자에 10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에어부산은 태생부터 부산 지역사회와 함께한 셈이다.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에어부산이 통합 LCC에 포함될 경우, 부산 지역 거점 항공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29년 개항 목표인 가덕도 신공항이 성장하려면 지역 거점 항공사가 필요한데, 에어부산이 없다면 지역경제 활성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산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에어부산 분리매각, 독자 항공사 설립 등을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는 통합 진에어의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는 방안을 협의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역 거점 항공사 존치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한 결과,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대한항공 측과 실무협의를 끝내고 조만간 최종 의사결정권자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대한항공 측은 협의 과정에 대해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항공업계에서는 경영 효율성을 고려하면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 에어부산 분리매각 등은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는 통합 LCC 본사 위치는 경영 상황에 따라 민간기업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이 부산 출발 알짜 노선을 갖고 있는 데다 지난 2023년부터 흑자로 전환했기에 대한항공에서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