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이미 도입한 무기 체계의 성능을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더욱 확대한다. 일부 성능만 추가해도 전력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국산 무기 체계를 지속 업그레이드해 수출 활로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9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지난 7일 육군·해병대의 K계열 장갑차 K200A1(보병 탑승용)과 K242A1(4.2인치 박격포 탑재), K281A1(81밀리 박격포 탑재), K277A1(지휘소용), K288A1(구난장갑차)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을 마무리했다. 모두 1990년대 개발돼 운용 중인 장비로, 안전성 향상 등이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선정됐다.
방사청은 각 모델의 시제(시험평가용 모델) 1대를 확보해 전·후방 카메라를 설치했고, 조종석에 분산돼 있던 기계장치를 통합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를 위해 각 장갑차의 각종 국방 규격을 최신으로 바꿨다. 추후 국방 규격에 맞게 창정비(廠整備·전부 분해해 상태를 확인한 뒤 개조·수리하는 작업) 사업을 진행해 각 장갑차의 성능 개선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창정비 사업은 2031년까지 1100여대 규모로 진행된다.
방산업계에서는 신제품을 만드는 정도의 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 무기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 무기 체계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운용 유지 능력을 보여주려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번 무기 체계를 수출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걸 수입국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병력 수송용 K200 장갑차의 전자 광학 통신 장비 등을 최신화했다. 방사청의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K200 장갑차는 1993년 11월 말레이시아에 수출된 후 수차례 성능개량 사업을 진행했다. 2000년대 초에도 대우종합기계(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 차례 성능 개선을 마쳤다.
방사청은 군이 운용 중인 모든 무기 체계를 대상으로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방산기업들의 유지·보수 관련 계약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군 무기 체계의 성능 개선이 이뤄지면, 방산업체들은 수입국에 개선된 성능을 홍보할 수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사청이 기업들의 유지·보수까지 관여하지는 않지만, 기술 이전이나 후속 군수 지원, 교육 등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방산기업들의 수출 확대를 위해 무기 체계의 부분적 성능 개선 사업 예산을 늘리고 있다. 2023년 1290억원, 2024년 1512억원에 이어 2025년 1583억원으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