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현지 시각)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재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SK·현대차·LG를 비롯해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에는 아직 참석이 확정된 사례가 없다.

9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나 장재훈 부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SK·LG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참석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참석 여부가 공개되지 않은 걸로 볼 때 이 회장이 참석하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왼쪽부터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최 권한대행, 최태원 대한상의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연합뉴스

나머지 그룹 내부에서도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참석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청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청장은 당선인 취임위원회나 추천 권한이 있는 사람이 참석 의사를 묻고 응하면 보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과 한화그룹은 총수나 경영진의 초청이나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유통업계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취임식 참석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을 수차례 만난 인연이 있다. 신 회장은 2017년 11월과 2019년 6월 청와대 국빈 만찬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이어 2019년 롯데케미칼(011170)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31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투자해 석유화학 공장을 설립한 것을 계기로, 그해 5월 국내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면담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트럼프 당선인 측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는지 확인된 내용은 없으며, 신 회장의 취임식 참석 여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 초청을 받은 적이 있으나 올해는 초청이나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2017년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지인인 에드윈 퓰너 미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와의 인연으로 취임식에 초대받았지만 당시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 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지만 참석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이 확정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등은 20일 정오쯤 미 의회의사당에서 열리는 취임식 본 행사에 참석한다. 당선인 취임위원회가 초청한 VIP 전용 공식 행사장에 입장하는지, 일반 시민 등과 함께 관람석에 앉을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해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모습. /정용진 회장 인스타그램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을 받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식 후 축하 무도회(Inaugural Ball) 중 한 곳에도 초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다.

허 회장과 우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추천으로 초청을 받아 취임식에 참석한다. 한미동맹친선협회는 2003년 설립 이후 주한 미군 등 한미 교류 활동에 활발히 참여해왔다. 한미동맹친선협회는 우 회장의 동생인 우현의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우 회장은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1기 취임식에도 초청을 받아 참석한 바 있다.

허 회장도 한미동맹친선협회를 통해 취임식에 초청을 받았다. 허 회장은 미국 출국을 위해 법원에 해외출장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허 회장은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보석 석방된 상태로, 출국하려면 법원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지난 11월 법원 허가로 일본 출장을 다녀온 만큼 이번에도 참석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