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치 일감을 쌓아둔 국내 조선업체들이 올해도 수주 기대감 속에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하며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미국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운반선, 군함 건조 수주 가능성에 기대가 모인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지난 6일 올해 조선·해양 부문의 연간 수주 목표치를 180억5000만달러(약 26조2609억원)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목표치(135억달러)보다 33.7% 높은 수준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05억6000만달러(약 29조9127억원) 규모를 수주해 목표치를 154.6% 초과 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 /HD현대중공업 제공

HD한국조선해양 산하 계열사 모두 올해 수주 목표치를 높여잡았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지난해 목표치 대비 35% 많은 97억5100만달러(약 14조1847억원), HD현대미포(010620)는 45% 많은 38억달러(약 5조5278억원), HD현대삼호는 18% 많은 45억달러(약 6조 5461억원)를 올해 목표치로 제시했다.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 대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선박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노후 선박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서 친환경 이중연료 선박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소속 3사는 친환경 이중연료 선박 수주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10월 연간 목표치를 모두 넘어선 바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메탄올 추진선, 암모니아 운반선,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등에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다음 달 지난해 잠정 실적과 올해 경영 목표를 함께 발표한다. 지난해 수주한 36척 중 LNG, 암모니아, 에탄 등 친환경 연료 선박이 31척을 차지해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총 73억달러(약 10조6229억원) 규모를 수주해 목표치(97억달러)의 75%를 채웠다. 아프리카 남부 모잠비크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수주 계약이 지연되면서 목표액을 완전히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FLNG는 바다 위에서 천연가스 탐사, 채굴, 정제, 액화, 수송, 저장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천연가스 생산 기지를 뜻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지 정세 불안으로 코랄 술 FLNG 2호 최종 계약이 밀렸으나 올해는 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042660)도 이미 3년 치 일감을 확보했기에 물량이 아닌 수익성 위주로 선별 수주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비전투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어 방산 부문 수주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총 89억8000만달러(약 13조703억원)를 수주해 개별 조선사 기준 가장 많은 수주액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주 목표치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에너지 수출 프로젝트를 실시할 경우, LNG 운반선 건조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동맹국인 한국 조선업체에 관련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함정 MRO 분야 협력을 언급한 데 이어, 이달 6일(현지 시각) “해군 선박 건조와 관련해 동맹국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