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와 유럽 등 주요 건설기계 시장의 조정기가 계속되면서 국내 건설기계 기업들이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주요 사업인 건설기계 외에 다른 분야에 투자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해 불황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4조1197억원, 23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보다 11.59%, 43.36% 감소한 수치다. HD현대건설기계(267270)의 작년 매출은 0.25% 감소한 3조5077억원, 영업이익은 22.25% 줄어든 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K2 전차에 탑재돼 폴란드에 수출되는 HD현대인프라코어의 1500마력급 전차용 엔진. /HD현대인프라코어 제공

올해 건설기계 시장 분위기가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HD현대인프라코어는 전북 군산에 초대형 엔진과 상업용 차량의 배터리팩을 제작하는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2020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선진시장과 인도·브라질로 눈을 돌려 실적을 개선했던 것처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1979년 석유파동 당시 현대중공업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어 신시장을 개척했다. 주력 제품군을 늘려 위기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공장 증설을 택한 이유에는 생산량도 있다. K2 전차 엔진의 생산 능력은 월 10대 미만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인천공장에서 현대로템(064350)이 폴란드에 납품할 K2 전차의 엔진(1차 계약분)과 튀르키예 방산업체 베메제(BMC)의 차세대 전차 탑재용 엔진도 제작 중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전차용 엔진은 이미 경쟁력을 갖춘 데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 수익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마이닝 인도네시아 2024'에 출품한 100톤급 초대형 굴착기. / HD현대 제공

HD현대인프라코어는 북미 시장에서 새 고객층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와 함께 미국 조지아주에 세운 ‘HD현대 통합 커스터마이제이션 센터(Customization Center)’를 통해 올해 북미 시장을 더욱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 센터는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 고객 주문 사양에 맞춰 현지에서 조립·완성해 인도하는 장소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제품을 조립해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밥캣(241560)의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감소한 8262억원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두산밥캣이 지난해보다는 개선된 모습을 보이겠지만, 2023년 영업이익(1조3899억원)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본다. 두산밥캣은 판매량 확대를 위해 북미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