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004020)이 미국에 제철소를 포함한 철강 산업 기지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로를 활용,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해 근처 조지아주 현대차·기아(000270) 공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수조원 규모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 장벽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 제철소 건설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 조지아 등 복수의 주(州) 정부와 투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투자 금액 및 시기, 생산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추진하는 제철소는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용광로)보다는 전기로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북미 내 생산 능력을 고려하면, 현대제철이 검토 중인 제철소 규모는 수백만톤(t)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연 35만대),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연 33만대) 등을 갖추고 있고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에도 연 30만~50만대 규모의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전기차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자동차 1대당 필요한 강판은 약 1t으로, 현대차그룹 공장에만 납품한다고 해도 최소 연간 100만t의 생산 능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제철소 투자 계획은 오는 20일 출범을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멕시코와 캐나다산 생산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를 상대로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긴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해외 생산은 저렴한 인건비 등에 따른 경쟁력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인 지난 2018년 당시 미국 정부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부과 대신 연간 268만t 규모의 수입쿼터제를 도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