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평가원이 고려아연(010130) 현 경영진의 임시 주주총회 제안 안건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냈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있다. 이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영풍(000670) 연합군과 현 고려아연 경영진이 이사회 장악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오는 23일 임시주총에 고려아연은 ▲소수주주 보호 조항 명문화 ▲집중투표제 도입 ▲분기 배당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이사 수 상한 설정 등의 안건을 제시했다. 주주 권익 강화와 이사회의 독립성, 효율성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MBK·영풍 측도 ▲집행임원제 도입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올린 상태다.

지난 24일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아연주조공장. /권유정 기자

7일 한국ESG평가원은 이번 임시주총 의안 분석 자료를 통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며 “미래 성장 전략이 뚜렷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담겼다. 고려아연의 장기 지속 성장과 주주 권익 측면에서 현 경영진 측이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주주환원율이 70% 수준으로 높아졌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제시하며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 점도 근거가 됐다.

한국ESG평가원은 “경영 실적 및 주주환원, ESG 평가 등에서 고려아연이 영풍 대비 우월하다”며 “사모펀드 경영은 한계기업의 실적 개선에 효과가 크지만, 재무구조가 우수한 고려아연 경영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며 기업가치 제고에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ESG평가원은 고려아연의 최근 3년간 재무 성과, 투자 지표가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고려아연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해마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실현했고 부채비율도 20~30% 수준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배당 성향은 2021년 46.8%→2022년 50.9%→2023년 59.5%로 해마다 늘어났다. 주가수익비율(PER)도 2021년 12배→2022년 13.9배→2023년 19.1배로 개선됐다.

한국ESG평가원은 “임시주총 안건은 전체 6개 의안에 세부 안건이 많아 일반주주 입장에서 의사결정이 혼란스럽겠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며 “현 경영진 측이 제안한 건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의 19명 상한, 7명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라고 분석했다.

한국ESG평가원은 일반주주 입장에서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우선 ‘누가 경영을 맡아야 미래의 지속 가능 성장과 주주 권익 강화에 도움이 되는가’다. 이어 고려아연이 경영권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만한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 MBK가 경영권을 차지했을 때 어떠한 긍정적·부정적 변화가 발생할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ESG평가원은 “27명이라는 대규모 이사회를 운영하는 것이 과연 효율성 있는 선택인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MBK·영풍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자 14인이 모두 선임될 경우, 이사회 총원이 과도하게 많아질 수 있어서다. 또 사모펀드 특성상 매각을 추진할 텐데 해외 매각 등의 우려가 없는지도 일반주주 관점에서 의사결정의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와 선진 거버넌스 구현을 위한 노력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경영진과 임직원이 합심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회사를 발전시키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한편 주주들의 목소리를 계속 경청하면서 반드시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