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기존 화석 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중심으로 발전원을 급격히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관련 분야에서 훌륭한 기술과 잠재력을 가진 한국 기업에는 매우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지난달 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만난 팀 여(Tim Yeo) 전 에너지기후변화특별위원회(Energy&Climate Change Select Committee) 의장은 “영국은 에너지 분야에서 거대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 왔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여 전 의장은 1988~1994년 외교부, 내무부, 보건부, 환경부 차관 등을 거쳤고, 1998~2005년 노동당 집권 기간에도 보건부, 교육부, 산업부, 환경부 및 농업부 야당 측 장관(Shadow Secretary of State)을 맡았다. 이후 2005~2010년 정부 환경감사특별위원회(Environmental Audit Select Committee) 의장, 2010~2015년 에너지기후변화특별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투자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한 여 전 의장은 런던에서 투자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펀드 매니지먼트와 기업 금융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1983년 정계에 입문해 영국 보수당 국회의원으로 2015년까지 사우스서퍽(South Suffolk) 지역구 하원의원을 역임했다.

팀 여(Tim Yeo) 전 에너지기후변화특별위원회(Energy&Climate Change Select Committee) 의장이 영국의 에너지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정재훤 기자

그는 정계 은퇴 이후에도 에너지 및 기술 분야의 여러 기업에서 경영진으로 활동하며 신재생에너지, 기후 변화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6년에는 한국투자홍보대사로 임명돼 한국과의 사업 및 투자 관계 강화에 힘쓰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9월 30일 랫클리프(Ratcliffe-on-Soar) 석탄 발전소의 스위치를 끄면서 142년 만에 석탄 발전을 완전히 중단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석탄 발전소 상업가동이 시작된 국가가 영국임을 고려하면 상징적인 사건이다. 영국은 2022년 주요 선진국 중 최초로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이상 감축했고, 올해 2분기 영국의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51.6%에 달했다. 다음은 여 전 의장과의 일문일답.

─영국의 재생에너지 시장 전망은.

“탄소 감축 목표를 법제화한 영국은 지난해 전체 전력의 약 3분의 1을 풍력 발전으로 생산했다. 앞으로 더 많은 전력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또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변화하는 간헐적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 장치)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영국은 에너지 분야 투자 유치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펴고 있나.

“영국은 전력 생산자가 판매하는 도매가격이 고정된 가격보다 낮으면 정부가 그 차액을 지원해 주는 차액계약제도(Contracts for Difference)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 이 제도 덕분에 영국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보급 속도가 빠른 유럽 내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에너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영국은 해상풍력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데.

“영국은 매우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고 북해, 영국 해협 등 모든 해상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 해상풍력 발전에 적합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영국 정부는 해상풍력 산업을 매우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관련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기업들에도 매력적인 금융 조건을 제공해 왔으며, 큰 규모의 재정 지원도 함께 이뤄졌다.

영국은 향후 몇 년 내에도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현시점의 최소 두 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해상풍력 관련 기자재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금이 영국에 투자하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본다.”

─영국의 원자력 발전 확대 계획은.

“영국은 올해 초 6.4기가와트(GW) 수준인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 24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상당한 수의 새 원자로가 영국에 건설될 것이다. 영국 정부는 원자력 에너지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으로 보고 있고, 탄소 감축을 위해선 더 많은 원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 원전 산업의 영국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의 원전 기술이 영국에서 사용될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본다. 영국 정부는 웨일스 북서부에 위치한 와일파(Wylfa) 지역에 2개의 원자로 건설을 계획 중인데, 한국과의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은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것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최근 체코 원전 사업을 수주한 것 역시 EU 역내에서 한국이 거둔 큰 성과로, 향후 영국 정부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다만 한국이 영국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정부 규제기관으로부터 원전 기술을 승인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약 2~3년가량이 소요될 것이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는 다양한 기술에 기반한 원전이 영국에서 운영되기 원하기 때문에, 한국의 기술 승인 요청을 반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