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변압기 수출 실적이 과거보다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과 수출 중량, 단가가 뛰어올랐다. 최근 몇 년 새 전력망 확대 수요가 늘며 한국산 변압기를 찾는 미국 등 해외 국가가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1만킬로볼트암페어(㎸A) 이상 초고용량 변압기 수출액과 수출 중량은 각각 9억4818만달러(약 1조4000억원), 5만8802톤(t)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수출액은 38.7%, 수출 중량은 17.2% 증가한 수치다. 2022년 통계와 비교하면 수출액과 수출 중량이 각각 146.9%, 57.4% 늘었다.

그래픽=정서희

초고용량 변압기는 수출 중량보다 수출 금액 규모가 더 가파르게 늘어났는데, 이는 제품 단가가 과거보다 비싸졌다는 뜻이다. 실제 변압기 중량 1t당 수출액은 ▲2022년 1만201달러 ▲2023년 1만3623만달러 ▲2024년 1만6125달러 등으로 상승했다.

변압기는 전압을 바꾸는 설비다. 전기는 전압이 높을수록 전자들이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이동하는 성질이 있는데, 발전소에서 갓 만들어진 전기는 먼 곳까지 도달하기에 전압이 충분치 않다. 이를 먼 곳까지 보내려면 굵은 두께의 전선을 사용하거나 변압기를 사용해 전압을 인위적으로 높여야 하는데, 후자가 더 경제성이 높아 변압기가 사용된다.

통상 변압기 수명은 20~30년이다. 그런데 2020년 미국 에너지부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형 변압기의 70%가량이 설치 수명 25년을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곳곳에서 다수의 공장이 지어지고, 인공지능(AI) 산업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건립도 늘면서 변압기 수요가 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울산 변압기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도면을 확인하고 있다. / HD현대일렉트릭 제공

변압기를 생산, 수출하는 국내 업체들의 실적도 상승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267260)은 지난해 매출 3조5155억원, 영업이익 7123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130% 늘어나는 것이다. 효성중공업(298040)과 LS일렉트릭(LS ELECTRIC(010120))도 이미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이 2023년도 전체 실적에 육박한 바 있다.

일감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HD현대일렉트릭은 7조2000억원, 효성중공업(중공업 부문)은 7조3000억원, LS일렉트릭(전력 부문)은 2조9000억원 수준의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이는 지난 2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업체들은 이미 약 5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에서, 새로 들어오는 주문은 수익성이 높은 것들만 계약한다.

올해 들어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변압기 업황은 계속 좋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연주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미국은 지난해 10월 35억달러(약 5조1300억원) 규모의 정부 주도 송배전망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트럼프 정권 2기에서도 지속될 것”이라며 “전력망 공급 부족 상황에 놓인 미국이 한국산 변압기에 대해 높은 수준의 관세를 매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