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전구체(화학 반응에 참여하는 물질)를 국산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체는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국산 전구체를 통해 국내 이차전지 및 이차전지 소재 기업의 공급망 자립을 돕는다는 목표다.
지난달 24일 울산 울주군 온산제련소 근처에 있는 한국전구체(KPC) 공장. 모든 라인은 올해 초 본격 상업 생산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한국전구체는 고려아연과 LG화학(051910)의 합작사로 작년 3월부터 가동을 시작해 시제품 생산, 고객사 품질 검증 절차 등을 거쳐왔다.
허균 한국전구체 대표는 “설비 캐파(CAPA·생산능력)는 연간 2만톤(t)인데 2025년 생산량은 1만7000t 정도로 예상한다. 첫 양산인 만큼 상반기에는 캐파를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하반기부터 풀 캐파(최대 생산)로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구체는 니켈 함량이 다른 네 종류다. 이 중 고객사 요청이 가장 많고, 회사가 집중하는 분야는 하이니켈 전구체다. 하이니켈 전구체는 전구체의 니켈 비중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높일 수 있다. 국내 이차전지 업계에서 고급 배터리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해외에 매각할 때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국내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정부가 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한국전구체 공장 시험 가동 및 시제품 생산 과정에서 세계 최대 용량의 반응기를 사용하는 등 생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설비도 적용했다. 전구체는 반응기에서 이틀 정도 결정화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반응기 용량을 중국보다 3배 이상 키운 덕분에 생산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허 대표는 “전구체는 완제품이 아닌 중간재라서 완제품을 만드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것을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앞서기 위해서는 기술 및 설비 투자를 통해 수율(전체 제품 중 양품 비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