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외벽과 충돌해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089590)이 향후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업무 정지 등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아시아나항공(020560)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착륙 중 충돌 사고로 운항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고 원인인 조종사 과실에 회사의 책임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안참사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류 충돌에 의한 불가항력으로 결론 나지 않는다면 제주항공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닷새째인 2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의 흙더미 속에서 발굴한 기체 엔진이 흰 천에 덮여 있다. /뉴스1

3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013년 7월 발생한 214편 착륙 사고로 인천~샌프란시스코 직항 노선 운항의 45일 중단 처분을 받았다. 당시 사고는 보잉 777-28E/ER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려다 방조제에 부딪히며 발생했다. 사고로 3명이 숨졌고 187명(중상 49명·경상 138)이 다쳤다.

사고는 이·착륙구간 운항을 위한 이·착륙편조 기장들이 안정 접근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복행(go around·착륙 진입 중인 항공기가 착륙을 단념하고 재차 상승해 착륙을 다시 하는 것) 시도를 하지 않은 채 높은 강하율(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하여 공중에서 내려갈 때 단위 시간당 고도가 낮아지는 비율)로 착륙하면서 정상 활공로 보다 낮게 비행해 발생했다.

사고 조사 결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장으로서의 역할을 처음 수행하는 훈련기장과 교관으로서의 역할을 처음 수행하는 교관기장을 함께 배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발생 1년 4개월 만인 2014년 11월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사의 선임·감독에 관한 상당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징계를 내렸다.

당시 항공법(현재 폐지)에는 해당 사고가 운항정지 90일에 해당했으나 국토부는 승무원들의 헌신적 대처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한 점 등을 고려해 경감 최대치인 50%를 적용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반발해 운항정지처분 취소소송을 냈으나,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운항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징계가 확정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이번 참사의 주체인 제주항공 역시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복합적인 사고 원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항공사 측의 과실이 하나라도 있을 경우 현행법에 따른 사고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행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항공기 사고를 발생시키거나 소속 항공 종사자에 대하여 관리·감독하는 상당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경우 항공교통업무증명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정지를 명할 수 있다.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는 항공사 측의 과실이 밝혀지면 태국~무안 노선에 최대 150일의 업무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이는 두 번째로 높은 처벌 수위에 해당한다. 가장 높은 수준인 사망자 200명의 경우 증명취소 또는 업무정지 180일이 내려질 수 있다.

항공법 전문가인 오세철 법무법인 향동 대표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항공사 과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지만 100% 없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불가항력인 조류 충돌, 항공사가 매뉴얼대로 정비했음에도 발생한 기체 결함에 대해서는 항공사 책임을 물을 수 없겠지만, 블랙박스나 교신 기록 등을 토대로 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밝혀진다면 항공사도 책임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