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272210)이 작년 4분기에만 9300억원 규모의 납품 계약을 체결해 역대 최대 수주잔고를 경신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전차나 함정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육중한 무기를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무기의 ‘두뇌’라고 부를 수 있는 각종 시스템과 장비를 납품하며 한국 방위산업의 숨은 조력자로 평가받는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작년 4분기에 7건의 단일판매·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을 모두 합하면 9298억원 수준이다. 수주는 지상 3건, 해상 2건, 공중 1건 등 육해공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
공중 부문에서 한화시스템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KF-21 최초 양산 기체에 탑재될 임무컴퓨터(MC·Mission Computer), 다기능 시현기(MFD·Multi-Function Display), 음성 신호 제어 관리 시스템(ACCS·Audio Command and Control System), 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IRST·Infra-Red Search and Track) 등 616억원 규모의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임무컴퓨터는 전투기의 두뇌 역할을, 다기능 시현기와 음성 신호 제어 관리 시스템은 조종사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 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는 항공기를 향해 접근하는 위협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하자 한화시스템이 국산화를 이뤘다.
지상 부문에서는 단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체계 ‘천마’의 체계통합 성과 기반 군수지원(PBL·Problem Based Logistics) 사업(2046억원)을 수주했다. 이는 천마와 천마가 탑재된 육군 장갑차에 탐지·추적 레이다, 사격 통제 장치, 차체 등을 포함한 유지·보수·정비(MRO)를 제공하며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또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2년 이집트와 수출 계약을 체결한 K11 사격지휘장갑차 51대, K9A1 자주포 216대 물량에 각각 사격지휘체계와 사격통제시스템을 공급하는 822억원 규모 계약도 체결했다. 국내 방산업체가 개발한 사격지휘체계가 해외로 수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상 부문에서는 KDX-Ⅱ(Korea Destroyer Experiment-Ⅱ) 성능 개량 전투 체계 개발 사업(1971억원), 울산급 Batch-Ⅳ(1, 2번함) 전투체계 사업(1867억원)을 수주했다. KDX-Ⅱ 성능 개량 전투 체계 개발은 국산 첨단 구축함 KDX-Ⅱ에 탑재된 지휘통제체계, 함대공미사일 지휘통제체계 등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한화시스템은 과거 직접 수행했던 국산 구축함 KDX-Ⅰ의 성능 개량에 적용한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울산급 Batch-Ⅳ(1, 2번함) 전투체계 사업은 울산급 호위함 1·2번함에 함정전투체계(CMS·Combat Management System),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다(MFR·Multi-Functional Radar), 적외선 탐지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추적장비(EOTS·Electro Optical Tracking System) 등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울산급 호위함 Batch-Ⅳ는 모두 6척이 건조된다. 1·2번함은 한화오션(042660)이 수주했고, 나머지 4척을 두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329180)이 경쟁하고 있다.
작년 말 한화시스템의 수주잔고는 8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수주잔고는 ▲2021년 5조8229억원 ▲2022년 5조9869억원 ▲2023년 7조2908억원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수주 잔고는 7조923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2%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