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089590)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는 대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제주항공이 안전·정비 부문에서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전·현직 직원들이 비공개 커뮤니티에 정비 문제를 경고했던 게시물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사 중에서 항공 당국으로부터 법규 위반으로 행정제재를 가장 많이 받기도 했다.
무안공항 참사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제주항공 직원들의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 계정을 통해 재직 상태를 인증한 후 회사와 관련된 글을 올리는 곳이다. 한 작성자는 지난 2월 ‘제주항공 타지 마라’는 제목으로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정비도 운항도 재무도 회사가 개판 됐다. 요즘 다들 타 항공사로 탈출하는 분위기”라고 적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를 지칭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1년 전에는 다른 작성자가 ‘하늘에서 엔진 자주 꺼지는 항공사 제주항공’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는 “정비비용 아끼느라 1년에 공중에서 엔진 4번 꺼짐. 타항공사에서는 그룹 역사 전체적으로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중대 사고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제주항공의 안전불감증을 감시하고 멈춰주세요. 국민과 제주항공 직원들의 항공 안전을 경영진으로부터 지켜주세요”라고 덧붙였다.
다른 작성자는 ‘위험한 비행기를 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정비사들은 야간에 13∼14시간을 일하며 밥 먹는 시간 20분 남짓을 제외하고 쉬지 않고 일한다. 업무량은 타항공사에 비해 훨씬 많으며 항공정비업계에서는 ‘제주항공에서 2년 버티면 어디서도 버틸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고 게시했다.
실제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LCC) 정비 인력은 대형 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와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LCC가 확보한 항공기 한 대당 정비 인력(총 정비사 수를 항공기 보유 대수로 나눈 수)은 국토교통부가 권고한 최소 기준인 12명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말 기준 LCC 한 대당 정비 인력은 ▲제주항공 11.2명(42대) ▲티웨이항공 11.5명(30대) ▲진에어 10.1명(27대) ▲에어부산 8.2명(22대) 등으로 나타났다.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6.5명, 16.1명이었다. 정비 인력이 부족하면, 정비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
법규 위반으로 항공 당국으로부터 행정제재를 가장 많이 받은 곳도 제주항공이다. ‘항공사별 행정처분 및 과징금, 과태료 등 행정제재 부과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10개 국적 항공사가 항공안전법 등 위반으로 총 36차례의 행정처분을 받았는데, 이 중 제주항공이 9회로 가장 많았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운항정지 처분’도 제주항공이 가장 많이 받았다. 제주항공이 받은 운항정지 처분 사유는 운항규정 및 정비규정 위반이 2차례, 위험물 운송 1차례, 주류 등 섭취 1차례로 나타났다. 2019년 이후 올해 8월까지 납부한 과징금 액수도 제주항공이 가장 많다. 제주항공은 37억3800만원으로 유일하게 30억 원을 넘겼다. 가장 적게 낸 에어부산(298690)(2000만원)과 비교하면 187배에 달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행정 처분 등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LCC 중에서는 항공기 한 대당 정비 인력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출발·도착 전 점검, 24시간 점검 진행 등을 통해 정비 부문에 문제가 없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