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운용 중인 일부 에어버스 A380 기체의 내부 시설을 보수했다. A380은 대한항공이 운영 효율화를 위해 2026년까지 모두 퇴역시키겠다고 밝힌 기종이다. 퇴역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기내 보수 작업이 진행되면서 대한항공의 항공기 운용 전략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일부 에어버스 A380 기체의 좌석 시트 등을 교체했다. 새 시트 디자인은 대한항공이 지난해부터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색색의 천 조각을 이은 조각보와 한복 소매의 색동을 패턴화한 모양이다. 일등석은 기존 청자색에서 검은색 계열의 색상으로 좌석을 변경했다.

대한항공 A380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퇴역이 예고된 A380 기종이 2026년 이후에도 운용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A380이 2026년까지 대한항공 기단을 떠날 예정이며 보잉 747-8I 기종도 2031년까지 퇴역시키겠다고 밝혔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A380은 대한항공이 2011년 국적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최대 좌석 수가 853석에 이르는 초대형이라 엔진 수만 4개에 달하고, 연료 효율이 낮은 데다 좌석을 다 채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효율이 좋지 않자 항공사들은 도입을 연기·취소했고 에어버스 역시 2019년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이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루프트한자, 카타르항공, 싱가포르항공, 에어 프랑스 등은 A380의 조기 퇴역을 발표했다. 에어 프랑스는 2020년 A380을 전량 퇴역시켰다.

대한항공은 10대의 A380을 보유하고 있고, 결합을 앞둔 아시아나항공(020560) 역시 A380 6대를 운영하고 있어 효율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도 올해 3대의 A380을 퇴역시킬 계획이라고 신고해 항공기 분해 작업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거리 노선 수요가 늘고 A380 처분에도 난항을 겪자 시트 변경 작업 등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항공 업계는 항공기 제조사의 공급망 회복 지연으로 신규 기체 인도가 밀려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13조3690억원, 영업이익 1조6461억원을 기록해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9.3% 증가했다. 저비용항공(LCC)과 단거리 노선에서 경쟁하기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장거리 노선 활성화에 나선 덕분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노선별 매출 중 미주(39%)·구주(18%)·대양주(2%)가 차지하는 비중은 59%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에는 54%(미주 30%·구주 21%·대양주 3%)였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수익성이 좋아진 결정적인 이유는 장거리 미주노선과 비즈니스 좌석 덕분”이라고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A380 기종에 대한 구체적인 퇴역 시점 등은 정해진 바 없다”면서 “항공기가 운영되는 기간 중에는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