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나라가 늘어나는 가운데, K9과 패키지(묶음) 형태로 수출되는 K10 탄약운반장갑차가 수출의 숨은 공신으로 활약하고 있다. K10은 K9이 사용하는 중량 40㎏ 상당의 155㎜ 탄약을 K9에 자동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전 세계에서 로봇형 탄약운반차량 개발에 성공한 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이다.
25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루마니아는 올해 7월 K9 자주포 54문과 K10 탄약운반차 36대를 도입하는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K9 도입국은 총 10개국으로 늘었고, K9과 함께 K10을 도입한 국가는 한국, 노르웨이, 호주, 이집트, 루마니아 등 총 5개국이 됐다. K9 도입국 중 절반은 K10을 선택한 것이다.
루마니아 자주포 사업에서 K9은 독일의 PzH2000 자주포와 경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회원국 간 무기 거래’라는 오랜 관행을 깨뜨리기 위해 차별화 방안이 필요했는데, K10 탄약운반차량을 K9 자주포와 함께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루마니아 정부를 설득했다고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자주포는 탄약의 원활한 공급이 필요한데, 병사들이 자주포에 탄약을 직접 실을 경우 적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생긴다”며 “K10은 K9과 공용 플랫폼을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 생산, 교육훈련,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부문에서 호환성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K10은 완전 자동화된 제어시스템을 통해 K9 자주포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자동화 로봇형 탄약운반 전용 장갑차다. 통상 K9 1∼3문에 K10 1대 비율로 운용한다. K10은 K9의 기본 차체에 탄약 보급 장치 등을 결합한 형태로, K9 수준의 기동성과 방호 능력을 갖추고 있다.
K10은 탄약 104발, 장약 94발 등 총 198발을 적재할 수 있다. 이는 K9 자주포에 약 2회 보급할 수 있는 양이다. K10 전방에 달린 이송기는 K9 후미에 달린 탄약적재대와 결합해 분당 12발 이상의 탄약을 보급할 수 있다. 이는 병사가 손으로 직접 보급하는 것과 비교해 시간이 10분의 1로 단축되는 것이다. K10에는 자동 제어 시스템도 탑재돼 탄약 재고 관리와 자체 고장 탐지·진단 등도 가능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개발이 완료된 지난 1998년(당시 삼성테크윈)부터 K10 개발에 착수했다.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K9과 달리 K10은 업체 주도 개발 사업으로 진행된 이례적인 사례다.
K10 개발 당시 전 세계적으로 참고할 만한 기술이 충분하지 않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학과 산학공동연구를 진행하며 기초 자료를 구하고 개념연구를 했다. 또 해외 전시회를 다니며 수집한 팸플릿을 근거로 설계를 시도하고, 하루에 수십 번씩 회의를 열고 도면을 수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K10은 지난 2000년대 말 육군으로부터 도입 결정을 얻었고 2005년 8월 최종 개발에 성공했다.
K10과 같은 탄약운반차량은 미국도 개발에 성공했으나 사업화에는 실패했다. 고가의 재료와 부품을 적용하면서 비용이 과도하게 커졌고, 중량까지 증가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22년 9월 미국 애리조나 YUMA사격장에서 미 육군 자주포 사업 관계자를 초청해 K9과 K10의 운용 시범을 보였다. 당시 에드먼드 마일스 브라운(Edmond ‘Miles’ Brown) 사령관(소장)은 직접 장비에 올라가 샅샅이 살피고는 “수십 년 전 미국의 포를 받아서 사용하던 국가가 오히려 미국에 첨단 장비를 가져와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이 감격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