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업황 악화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견조한 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 때 발주한 선박들이 인도되면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 환차익으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4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 수출컨테이너 운송시장 15개 항로의 스팟 운임(spot·현재 시황에 따른 가격)을 반영한 운임지수인 SCFI(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는 지난 20일 2390.17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초 연중 고점이던 3733.80과 비교하면 36%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2년 1월에는 5109.60을 기록하기도 했다.
운임이 떨어지는 이유는 코로나 사태 때 발주했던 신규 선박들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들어오면서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인도량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100만TEU(Twenty-foot Equivalent Unit·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 안팎을 기록하다 지난해 230만TEU를 기록했고 올해는 300만TEU를 넘어설 전망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컨테이너선 인도량은 연평균 160만TEU를 기록할 전망이다.
해운 업계의 하강 사이클에도 강달러(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해운사의 실적은 양호할 전망이다. 해운업의 기능통화(기업의 영업활동이 주로 이뤄지는 경제 환경의 통화)가 달러이기 때문이다. 해상 운임이 낮아지더라도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이를 원화로 환산할 때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평균 원·달러 환율이 1307.8원이던 지난 9월 화물을 옮겨주고 4000달러를 받기로 했을 때 실제로 수익을 올리는 12월 환율(평균 1435.33원)을 적용하면 9.8%의 추가 수익을 기록하게 된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011200)은 원·달러 환율이 평균 1391원을 기록했던 2022년 3분기 2조85억원의 표시통화환산손익(기능통화 재무제표를 표시통화로 환산 시에 생기는 손익)을 기록했다. HMM은 금융위기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평균 1432원을 기록했던 2009년 1분기에도 1조208억원의 표시통화환산손익을 기록했다.
국내 컨테이너선사인 흥아해운(003280) 역시 2022년 3분기 표시통화환산손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4.5% 증가한 130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해운(005880) 역시 같은 기간 표시통화환산손익으로 245.6% 증가한 1651억원을 기록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강달러 기조는 기능통화가 달러인 해운선사들의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1452원에 마감됐다. 지난 19~20일 종가는 각각 1451.9원, 1451.4원으로 3거래일 연속 1450원을 넘었다. 원·달러 환율이 3거래일 연속 1450원을 넘긴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1~13일 이후 처음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 장부상 이익은 늘겠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한 하강 사이클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