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관세 장벽,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이 줄면서 해운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선사들은 정부에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 중장기 선박 관리 등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17일 주요 국적선사 대표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HMM(011200), 장금상선, 고려해운, 팬오션(028670), 대한해운(005880) 등 주요 해운사 대표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통상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외국산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보호무역 정책이 미국 기업의 매출 증가와 제조업 회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이른 시일 내 관련 정책이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17~2021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높은 관세 정책을 고수했고, 미·중 무역 분쟁으로 번지면서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급감한 바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5.7%였고, 2018년(4.4%), 2019년(2.2%)으로 갈수록 떨어졌다.
물동량이 줄면서 운임도 떨어졌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2017년 9월 710선까지 떨어졌다. 이는 이달 13일(2384.4)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SCFI는 2020년 들어서야 1000선을 회복했다.
주요 해운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한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트럼프 리스크(risk·위험 요인)’로 해운 불황이 예고되는 만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금액이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해수부는 위기 대응 펀드 확대 개편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 대응 펀드는 지난해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수부가 해운산업 불황, 친환경 규제 강화 등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펀드다.
옥웅기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구조적 공급 과잉이 부각되면서 해상운임은 하방 압력이 커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