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수소 드론 제조업체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이 건물용 수소연료전지를 만드는 두산퓨얼셀파워의 사업을 양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DMI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수소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DMI는 이번 사업 양수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34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오는 2025년 2월 말에 거래를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를 기반으로 한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 회장. /조선DB

두산퓨얼셀파워는 ㈜두산의 사업 부문으로, 2003년 출범했다. 건물과 주택에서 쓰는 전기를 수소로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를 만든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지난해에는 고효율 순수소 모델 ‘H2 PEMFC’ 시스템 등도 개발했다. ㈜두산은 두산퓨얼셀파워의 실적을 공개하진 않지만 연매출 500억원에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DMI는 드론용 소형 수소연료전지 제조를 위해 2017년 설립됐다. 최근에는 PEMFC의 크기를 줄이고 제어하는 기술을 내재화하기도 했다. DMI는 지난해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으로 한 산업용 드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수소 드론은 2시간 이상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고, 충전 시간도 짧다.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광 받았다.

하지만 DMI는 2016년 설립 이후 8년이 지났음에도 매출이 30억원대에 불과하다. 수소 드론은 배터리 드론보다 가격이 수십배 비싸 수요가 적은 편이다. DMI는 매년 100억원 상당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현재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수소연료전지 파워팩 DP30M2S를 장착한 DMI 수소드론.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제공

이번 사업재편으로 DMI는 재무 상태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또 PEMFC 원천기술을 포함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게 됐고, 연구개발(R&D) 인력도 확충할 수 있다. DMI는 건물용 수소연료전지와 수소 드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건설기계와 이동식 충전 장비 등 중형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