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의 첨단 항공엔진 관련 로드맵 발표가 임박하면서 국내 방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출사표를 던졌는데, 방사청의 로드맵에 맞춰 향후 개발 시점과 종류, 업체 간 협력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19일 방사청에 따르면 항공엔진 로드맵은 연내 수립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방사청은 국방과학연구소와 업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기술 수준, 과제 방향, 미확보 기술 확보 방안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작업자가 엔진을 검수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앞서 방사청은 2030년대 초까지 1만5000파운드(lbf)급 출력의 항공엔진을 개발하겠다는 대략적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2026년 양산에 돌입할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F414-400엔진과 대등한 수준이다. 출력은 비슷하더라도 연료 소모율이 10∼15% 향상된 엔진을 만드는 것이 목표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방사청은 1만lbf급 무인기용 엔진 개발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선진국에서 개발 중인 6세대 전투기 개념의 구현을 국내 기술로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6세대 전투기는 기체 자체의 성능 개량뿐만 아니라, 1대의 유인기와 다수의 무인기가 편대를 이루며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유무인 복합체계’가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방산업계는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대략적인 목표만 제시돼 있어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로드맵이 나오면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드맵 발표 이후에는 항공엔진 개발 사업에 대한 사업타당성조사가 시작되고, 이를 통과하면 향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의결을 통한 사업 승인 및 예산 반영 등 절차가 차례로 진행될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하는 방안뿐만 아니라 해외 선도 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대형 가스터빈을 조립하고 있다. /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향후 체계종합을 어떤 업체가 맡게 될 것인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체계종합업체는 시스템의 설계, 개발, 생산, 시험, 통합 등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관리한다. 또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발주처와도 직접 소통하며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K2 전차는 현대로템(064350), 천궁-Ⅱ 지대공미사일은 LIG넥스원(079550)이 체계종합업체를 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적 1만여대의 엔진 라이선스 생산 경력을 갖췄다. 이 과정에서 엔진 설계 및 해석, 소재 및 제조, 시험 및 인증 등 항공 엔진 전반에 걸친 기술과 시스템을 확보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에서 5번째로 가스터빈을 개발했다. 가스터빈은 응축된 공기에 연료를 태워 터빈을 돌린다는 점에서 항공엔진과 작동 원리·구조가 유사하다.

두 회사는 개발 논의 초기에는 각각 엔진 개발에 나선다는 입장이었으나, 정부 측의 설득으로 공동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공동 개발 형태로 진행된다고 해도, 결국 한 업체가 체계종합을 맡아 사업을 주도하고 다른 업체는 부품 등을 생산하며 협력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