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는지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참여한 ‘MBK 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는 국내 법인이지만, 핵심 인력인 김병주 MBK 회장이 미국 국적자이기 때문이다. 만약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로 정의되면 고려아연 인수 시 정부 부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고려아연과 자회사 켐코가 보유하고 있는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의 제조·공정 기술’을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산업부는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국가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에 외국인이 투자하거나 외국인이 인수하는 걸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3조 1항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국외 인수·합병·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면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어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외 인수∙합병 등에 대하여 중지∙금지∙원상회복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고도 명시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상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개인 ▲외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 ▲외국정부 대행기관 ▲국제기구 등이다. 이에 따르면 MBK파트너스 유한투자회사는 외국인이 아니다.
그러나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 19조 1항 1호 나목과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18조의2 1항 나목 등에는 외국인이 단독으로 또는 주요 주주나 주요 지분권자와의 계약·합의에 따라 조직 변경·신규사업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가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경우는 산업부 승인이 필요한 ‘외국인 투자’로 보고 있다.
MBK 설립한 김 회장과 부재훈 부회장 등 몇몇 핵심 인력은 미국 국적이다. 김 회장은 투자심의위원회 의장을 맡아 내부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다이얼캐피털도 MBK 주주다. 고려아연 측은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투자심의위원회의 구조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을 외국계 기업에 매각한 사례가 많지 않고 관련 조항도 허점이 많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정부 부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MBK 측은 MBK 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는 국내에서 설립됐고 주요 주주가 한국 국적이어서 논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MBK 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는 윤종하 부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이 24.7%씩 갖고 있으며 MBK 우리사주조합(17.4%), 김병주 회장(17%), 다이얼캐피털(16.2%)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MBK는 다이얼캐피털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하며 의결권 기준으로는 80% 이상이 한국 국적 파트너들이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MBK는 과거 국가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2016년 3월 두산(000150)그룹으로부터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를 인수했는데, 같은 해 11월 두산공작기계가 보유한 ‘고정밀 5축 머시닝 센터의 설계·제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이후 MBK는 해외 기업에 매각을 시도했지만, 정부가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2022년 국내 자동차 부품사인 디티알오토모티브(현 DN오토모티브(007340))에 매각했고 별도의 정부 승인은 밟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