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선 운임이 떨어지면서 노후 증기터빈 LNG선의 퇴출이 빨라지고 있다. 올해 다른 선주를 찾지 못하고, 해체 매각된 증기터빈 LNG선만 12척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까지 수십 척의 증기터빈 LNG선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본다. 차세대 LNG선으로 교체 시기가 앞당겨지면 LNG선 건조에 강점이 있는 국내 조선소의 입지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해운은 선령 24~25년의 LNG선 4척을 척당 1380만 달러(약 193억원)에 매각했다. 배를 인수할 선주를 찾지 못해 스크랩(철) 가격으로 배를 넘겼다. 배를 해체할 조선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팔린 증기터빈 LNG선은 SK서밋호, SK수프림호, SK스플렌더호, SK스텔라호 등이다. 해당 선박은 LNG를 단독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036460)와 장기 용선계약을 맺은 배들로,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현재 싱가포르에 정박해 있던 상태 그대로 매각됐다.
증기터빈 LNG선은 벙커C유로 선박용 디젤엔진을 구동해 운항하는 구형 선박이다. 1세대 LNG선으로 배의 크기가 작고, 효율성이 낮아 용선(傭船·돈을 주고 배를 이용하는 일) 시장에서 점점 소외되는 추세다. 최신 선박과 비교하면 연비도 좋지 않다.
최근 LNG선 운임이 낮아지면서 증기터빈 LNG선 퇴출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난 4~5년간 LNG선 발주가 늘어 배가 많아졌고, 올해 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해 연료 수요가 적어진 영향이다.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주 대서양 항로 등 LNG선 단거리 운임은 하루당 1만5000달러로 전주 대비 40% 급락했다. 장거리 운임도 하루에 2만1000달러로 30% 하락했다. 증기터빈 LNG선의 경우 하루 운임이 7000달러선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운영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증기터빈 LNG선은 230여 척으로 전체 LNG선대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올해 말까지 30척 이상의 증기터빈 LNG선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장기 용선계약 만료 시점에 해체 매각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매월 2~3척의 LNG선이 해체 시장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선 H라인해운, 현대LNG해운 등이 증기터빈 LNG선을 각각 6척, 9척 보유하고 있다. HMM(011200)은 2014년에 LNG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LNG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증기터빈 LNG선의 퇴출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예전 선박들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데다 최근 LNG선 운임도 나빠 새로운 선박이 투입되는 시점에 맞춰 자연스럽게 퇴출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