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중형 조선사인 케이조선(옛 STX 조선해양) 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그간 KHI그룹이 케이조선을 이끌었으나 유동성 위기에 놓이자 재무적 투자자(FI)로 합류했던 유암코가 경영권을 넘겨받게 됐다. 8개 시중·국책은행이 출자해 설립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유암코는 기업가치를 키운 뒤 빠르면 2년 후쯤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은 이달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새로운 대표이사와 이사진을 선임할 예정이다. 지난 3월 해임된 김찬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다시 대표이사로 앉히고, 유암코 측 인사로 이사진을 채우는 안이 예고됐다. 이번에 경영권을 넘긴 KHI그룹은 케이조선 지분을 그대로 갖고 있되, 나중에 유암코가 케이조선을 매각할 때 같이 지분을 파는 태그얼롱(Tag Along) 형식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케이조선 전경./케이조선 제공

KHI그룹은 2021년 유암코와 손잡고 STX조선해양을 인수해 케이조선으로 사명을 바꿨다. 당시 KHI그룹이 500억원을 투입해 전략적투자자(SI)로 들어가고, 재무적투자자(FI)인 유암코가 2000억원을 조달하는 구조였다. 현재 유암코 지분은 KHI그룹이 49.75%를, 유암코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케이선샤인홀딩스가 49.75%를 갖고 있다. 유암코는 케이조선 지분(500억원) 외에 회사채 1000억원, 전환사채 500억원을 추가로 갖고 있어 전환청구권를 행사하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케이조선의 주력 사업은 탱커와 컨테이너선인데, 이들 시장의 중국 점유율은 각각 72%, 90%에 달해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기업의 단기채무지급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73.5%에서 올해 3분기 말 85.6%로 12.1%포인트(P) 개선됐다. 통상 200% 이상이면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4% 증가한 7070억원,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유암코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영과 동시에 자금회수 전략을 고심할 전망이다. 유암코 펀드 만기는 보통 5년, 7년이다. 케이조선을 인수한 지 3년이 지났기에 이르면 2년 후 재매각을 검토해야 한다. 조선사는 업황 사이클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 국가 기간산업으로 꼽혀 해외 매각이 쉽지 않다. 업황이 꺾이거나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면, 매각이 어려울 수도 있다. 회사 측은 “만기 연장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케이조선에서 손을 뗀 KHI그룹은 다른 계열사인 대한조선 기업공개에 주력하고 있다. 대한조선은 탱커선을 주력으로 만든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매출액 8164억원, 영업이익 359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