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건설 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한 HD현대(267250)그룹 건설기계 계열사들이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는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 시장에서 거둔 양호한 실적이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의 타격을 상쇄하고 있다. 건설기계 업체들은 중국 경기 부양,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267270) 중국법인 현대강소공정기계유한공사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339억원) 대비 45% 오른 492억원으로 집계됐다.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 중국법인의 3분기 매출은 577억원으로 작년 동기(528억원) 대비 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철곤 HD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는 올해 초부터 수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큰 손’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였다. 여기에 올해 초 신장 지역에서 100만톤(t) 규모의 리튬 광산이 발견되면서 신규 수주로 연결됐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 4월 125t 굴착기 1대를 중국에 처음 판매했고, 지난 9월 중국 신장 광산에 125t 굴착기 16대를 추가 인도했다. 125t 굴착기는 광산 개발 특화 제품으로, 건설 현장에 쓰이는 굴착기(15t)보다 크고 가격도 5배 비싼 10억원 수준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도 내몽고의 광산 개발업체로부터 100t 굴착기 20대를 수주했다.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과거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오랫동안 글로벌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시장이 위축됐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이 반등했으나 성수기인 내년 3~5월 판매량까지 봐야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브라질 실적도 양호한 편이다. HD현대건설기계 인도법인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911억원) 대비 14% 상승한 1042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건설기계 인도 푸네 공장의 3분기 가동률은 105%였다. 브라질 법인의 3분기 매출도 작년 동기(552억원) 대비 5% 증가한 579억원으로 나타났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가 지난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조기 종전’ 원칙을 강조한 것도 건설기계 업계엔 호재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은 4분기에도 좋지 않은데, 종전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건설기계 업체 전체 실적은 작년보다 떨어졌다. 글로벌 건설시장이 위축된 영향이다. HD현대건설기계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55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32% 하락했고, HD현대인프라코어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950억원으로 작년(404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