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터리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리튬 가격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리튬 생산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리튬 가격 하락으로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기록했던 배터리 업체들도 재무 구조가 좋아질 전망이다. 그간 리튬 생산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였으나, 최근 일부 업체가 생산을 중단하거나 공급 조절에 나서면서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업계는 리튬 판매 가격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27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1㎏당 76.5위안(약 1만4760원)으로 올해 최저점을 찍었던 지난 10월 말(1㎏당 69.5위안)보다 약 10% 상승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던 지난 2022년 11월 ㎏당 581위안까지 폭등했으나 이후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따른 공급 과잉 영향으로 하락을 거듭해 왔다.
최근 리튬 가격이 반등한 것은 일부 리튬 업체가 생산을 중단하거나 이연한 영향이 크다. 중국의 CATL은 지난 9월 레피도라이트 광석 기반 리튬 생산 사업을 중단했다. CATL의 레피도라이트 기반 리튬 생산량은 글로벌 전체 공급량의 3~5% 수준으로 알려졌다.
레피도라이트는 리튬이 다량 함유된 운모 계열 광물이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리튬 생산량 절반이 레피도라이트에서 추출됐다. 업체들은 레피도라이트를 고온으로 가열하고 농축, 여과해 리튬을 생산하는데, 레피도라이트로부터 탄산리튬환산기준(LCE) 1톤(t)을 처리하는 데 약 8만~12만위안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처럼 리튬 가격이 1t당 8만위안 밑으로 내려가면 업체가 손실을 보는 구조다.
스포듀민 광석 기반 리튬 생산 부문에서 글로벌 1위 업체인 호주의 필바라 미네랄스(Pilbara minerals)는 최근 주력 광산인 필강구라(Pilgangoora) 광산의 가공 공장 두 곳 중 한 곳을 폐쇄하고, 내년 6월까지 생산량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호주 리튬 생산업체들도 감산, 생산 지연 등을 통해 가격 방어에 돌입했다.
리튬 가격이 반등하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외 리튬 생산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홀딩스도 수익성이 좋아진다. 포스코홀딩스의 리튬 사업 자회사들은 초기 설비 투자 비용과 리튬 가격 하락 영향 등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포스코아르헨티나홀딩스는 783억원,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3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염호, 호주 광산 투자 등을 통해 2024년 7만1000t의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2026년에는 9만6000t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달 말 아르헨티나 살타주 구에메스시에서 연산 2만5000t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준공했다. 이는 매년 전기차 약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해외 리튬 염호에서 수산화리튬 생산 체계를 구축한 국내 최초 사례다.
이 밖에도 포스코홀딩스는 연산 2만1500t 규모의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광석 리튬 1공장을 지난해 11월 준공 후 가동 중이며, 올해 말 같은 규모의 2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최근 SK온과 3년간 최대 1만5000t 규모의 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리튬 가격이 오르면 양극재를 생산하는 업체의 수익성도 개선된다. 리튬 가격은 양극재 가격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며, 양극재 업체들은 통상 2~4개월 전에 매입한 리튬으로 양극재를 생산해 판매한다. 이 기간에 리튬 가격이 내려가면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떠안게 되고, 반대로 가격이 올라가면 상승분을 판가에 연동할 수 있다. 앞서 에코프로비엠(247540), 포스코퓨처엠(003670)은 리튬 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올해 3분기에 각각 188억원, 180억원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